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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심장 빈집 됐다"…TK 파고드는 이재명, 30%대 득표 가능할까

이재명, ‘영남신라벨트’ 투어 시작
국힘 단일화 내홍 속 지지 확장 노려

"보수 심장 빈집 됐다"…TK 파고드는 이재명, 30%대 득표 가능할까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경북 칠곡군 석적읍 인근에서 주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보수 심장 빈집 됐다"…TK 파고드는 이재명, 30%대 득표 가능할까
민심을 청취하는 '경청 투어'에 나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9일 경북 영천시 영천공설시장에서 시민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통령 후보가 경북 경주·영천·칠곡·김천·성주·고령을 잇는 '영남신라벨트' 경청투어에 본격 돌입했다. 제3차 ‘골목골목 경청투어’의 일환인 이번 일정은 보수의 심장으로 불리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권 안팎의 이목이 집중됐다. TK는 전통적으로 보수 정당의 안정적 지지 기반으로 분류돼 왔지만 이재명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을 지역 균열의 출발점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최근 국민의힘 내부의 대선 후보 단일화 충돌이 격화되면서 이 후보의 TK 지역 공략은 정치적 공백을 메우는 방향으로 해석된다.

■보수 심장부에서의 ‘정면 돌파’…"이번엔 머슴 제대로 뽑자"

9일 칠곡 유세 현장에서 이 후보는 "우리는 왕을 뽑는 게 아니라 충직하고 유능한 머슴을 뽑는 것"이라며 "색깔이 아닌 실력, 연고가 아닌 민생을 기준으로 선택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이 후보는 "정치인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존재여야지, 국민 위에 군림하는 존재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지금 이 나라는 머슴이 주인에게 칼을 겨누는 기이한 상황"이라고 경고했다.

이 후보는 이날 하루 6개 시·군을 돌며 자영업자, 중소상공인, 유림 원로 등과 직접 대면했다. 칠곡에서 이 후보는 "내란은 끝나지 않았고, 6월 3일은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국민의 손으로 주권을 회복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영천에서 이 후보는 "머슴이 도둑질을 하면 혼내야 하고, 안방까지 넘보면 내쫓아야 한다"며 현 정부와 보수 정치권을 직격했다.

■"TK 30% 목표"…정서 균열 포착한 전략적 확장 시도

민주당은 이번 대선을 TK 정서의 구조적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 대구 21.6%, 경북 23.8%를 득표했고, 이번 대선에선 '5%포인트 이상 상승', 즉 TK 30%대 득표율 달성을 공개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중도층과 무당층의 보수 피로감이 누적된 상황에서 이 후보의 ‘국민 중심 실용주의’ 노선이 일정 부분 대안으로 비춰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이 후보가 ‘TK 출신 첫 민주당 대선 후보’라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안동 태생의 이 후보는 이번 투어에서 "영남은 내 뿌리이자, 내 정치의 책임이 있는 곳"이라는 정체성을 부각하며 지역 유권자와의 정서적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전날 안동 유림 50여명이 이 후보에 대한 공개 지지를 선언한 것 역시 당 입장에선 고무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정치적 변수도 적지 않다. 김문수·한덕수 간 단일화 논쟁은 시점과 방식, 정당 기호 사용 등 복합적인 갈등을 드러내며 지역 민심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 내에서도 "기호 2번 후보가 누구인지조차 불확실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전통적인 '몰표 구도'가 균열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민주당은 이 후보의 TK 공략을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전략적 흐름의 일부로 보고 있다. 선대위 차원에서는 보수 성향의 전직 의원들과 지역 원로 인사들을 영입해, 선거캠프와 지역 조직 간 연계를 강화했다.
이인기 전 새누리당 의원, 이석연 전 법제처장, 최연숙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TK 지역 선거운동을 사실상 이끌고 있다.

이 후보는 오는 10일에는 PK로 이동해 경남 진주에서 ‘참 어른’ 김장하 선생과 만나 시대통합 메시지를 이어간다. 민주당 관계자는 "정치적 연대가 아니라, 삶의 철학을 공유하는 만남"이라며 "보수 심장부의 균열은 감정이 아닌 가치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west@fnnews.com 성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