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지난해 11월 해양유무인 복합전투체계 구축의 일환으로 동해상 대형수송함 독도함(LPH)에서 고정익 무인기(시제기)를 비행갑판을 통해 이륙시키는 전투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 제공
바다 위에서 전투용 무인항공기(UAV)를 띄울 수 있는 다목적 지휘함 건조가 차기 정부에서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무인항공기가 탑재된 신형 군함은 최근 북한이 전략화에 나선 핵무기 탑재용 전투함과 잠수함을 무력화 시키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11일 군에 따르면 해군은 최근 경항모 사업을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 사업으로 변경해 추진한다는 계획을 국회 국방위원회에 보고했다. 다만 경항모 사업 계획을 변경하려면 합동참모회의에서 소요 조정 의결을 해야 한다. 이는 새 정부 출범 이후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연내에 최종 의사결정이 이뤄지면 함정 설계를 거쳐 2030년대 후반께 신형 함정이 건조될 수 있다고 군은 예상했다. 해군은 지난달 HD현대중공업에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 개념설계 연구용역을 맡겼고, 이달 말 열리는 합동참모회의에 사업 계획 변경을 보고할 계획이다.
기존 경항모 사업 비용은 함정 건조 비용 약 2조5000억원과 대당 1500억∼2000억원 수준인 F-35B 20대를 포함해 약 7조원 규모로 예상됐는데, 새 함정은 F-35B를 무인기로 대체해 수조원가량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해군은 '다목적 대형수송함-Ⅱ' 진행해왔던 경항모 사업은 2033년까지 전장 260m, 폭 40m 규모의 3만t급 경항공모함 건조를 먼저 추진해왔다. 당초 경항모에 탑재할 함재기로는 갑판에서 수직이착륙할 수 있는 스텔스 전투기 F-35B 20대가 거론돼 왔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위력이 확인된 무인기의 군사적 효용성과 미래 전장 환경 등을 반영해 전투·자폭·감시정찰용 무인기 수십 대를 새로운 군함에 탑재하기로 했다.
해군이 새로 제시한 다목적 유무인전력지휘함 사업에선 함정 크기는 기존 경항모 계획과 비슷하지만, 탑재 항공기가 유인기에서 무인기 중심으로 바뀐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전투용 무인기와 감시정찰공격용 무인기, 자폭용 무인기 등 수십 대의 무인기를 탑재해 비용절감과 전투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상륙기동헬기와 공격헬기 등 일부 유인기는 기존 경항모 계획과 마찬가지로 탑재된다.
신형 함정은 기동부대 지휘함으로서 북한 위협에 대응해 핵심표적 타격, 강습상륙작전 등 임무를 수행하고, 해상교통로 보호와 재해·재난 대응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해군의 구상이다.
해군의 이번 결정은 최근 북한이 최근 도입한 핵 무기 탑재 군함을 감시하는 데도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북한은 소형 핵무기를 발사할 수 있는 군함 건조에 성공하면서 한반도 해역을 위험에 빠트리고 있다. 북한은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매머드급 최신형 군함인 '최현호'를 지난달 말 공개했다. 북한 해군 역사상 가장 큰 군함이다. 베일속에 가려졌던 이 구축함은 그동안 '북한판 이지스함'이라고 불렸다. 김 위원장은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기념일이던 지난달 25일 남포조선소에서 신형 구축함 진수기념식을 가졌다.
북한 군함 진수식 사흘만에 곧바로 각종 미사일 등의 첫 시험발사까지 실시했다. 이 자리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딸 주애와 직접 나왔다. 북한은 최현호를 '5000t급 신형 구축함'이라고 소개했는데, 이는 기존 압록강급 호위함(약 1500t급)보다 클 뿐더러 북한이 자체건조한 함정 중 가장 큰 배수량을 자랑한다. 공개된 위성사진을 보면 최현호엔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한 '위상배열 레이더'가 탑재돼 있다.
최현호에 전술핵 탄도미사일을 실으면 해상에서도 핵 공격이 가능하게 된다. 북한은 최현호를 내년 초 해군에 인도할 계획이며 최현호급의 구축함을 계속 건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원양작전 능력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가까운 바다에 머물러 있는 현재의 해군력을 먼 바다까지 확장하겠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원양작전을 강조하는 건 해상에서 러시아나 중국과의 연합훈련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도 내놓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최현호 건조에 러시아가 기술을 지원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중이다. 최현호에 장착된 레이더 등 주요 장비의 외형이 러시아 함정에 탑재된 것과 유사한데다 단기간 외부 도움 없이 함정을 건조하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순수 우리의 힘과 기술로 불과 400여 일 만에 만든 구축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북한은 핵추진 잠수함도 전략화를 추진중이다. 김 위원장은 최현호가 해군 강화의 첫 번째 신호탄이라며 "두 번째 신호탄은 바로 핵동력잠수함(핵추진잠수함) 건조 사업으로 될 것"이라고 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3월 김 위원장은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현장 지도에 나선 바 있다.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은 핵연료로 엔진을 가동하면서, 핵탄두가 탑재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말한다.
북한은 2021년 8차 당 대회에서 '국방력 발전 핵심 5대 과업'의 하나로 SSBN 건조를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핵 무장이 가능한 북한의 신형 '다목적구축함' 최현호(號)가 지난달 말 첫 시험사격을 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갈무리, 연합뉴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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