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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관 칼럼] 과학기술 혁신해 대한민국을 혁신하자

[차관 칼럼] 과학기술 혁신해 대한민국을 혁신하자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새로 임명된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마이클 크라치오스 실장에게 '미국 혁신의 황금기'를 열어줄 것을 당부하면서 다음 세 가지 질문이 담긴 서한을 보낸 바 있다. "경쟁국 대비 기술우위를 유지하고 인공지능(AI), 양자, 원자력 등 핵심 신흥기술에서 압도적 우위를 확보할 방안은 무엇인가?" "연구자의 획기적 발견을 지원할 과학기술 생태계 활성화 방안은 무엇인가?" "과학적 진보를 경제성장과 삶의 질 개선으로 연계할 방안은 무엇인가?" 이들 질문을 들여다보면 자국 중심의 우월적 기술패권을 회복하겠다는 미국의 의지와 절박함이 동시에 보인다. 아울러 과학기술로 국가의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여기에는 우수한 연구자와 기관을 중심으로 탁월한 연구성과를 창출하고, 이를 기업과 시장을 통해 사업화하는 '혁신생태계'가 곧 국가경쟁력의 근원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다. 주요국이 과학기술정책 대신 '혁신정책(innovation policy)'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에서는 과학기술정책실이 혁신정책을 이끌고 국가의 '혁신 DNA'를 키워나가고 있다면,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미래 성장동력 창출 및 기술안보라는 관점에서 우리나라에 반드시 필요한 '12대 국가전략기술'을 지정·육성하고 있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AI, 첨단바이오, 양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의 분야에 지난해보다 30% 증액된 6조4000억원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투자하고, 지난해 8월 '과학기술 주권국가, 초격차 대한민국'이라는 목표 아래 수립된 '제1차 국가전략기술 육성 기본계획'에 따라 이를 꾸준히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국가전략기술 확보에 필요한 핵심사업들은 '국가전략기술육성법'에 따른 전략연구사업으로 지정하여 예산 반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특례를 적용하고 있다. 선도형 R&D로 전환도 계속 추진한다. 특히 도전적 목표를 가진 혁신도전형 R&D의 비중을 점차 확대하여 연구자로 하여금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세계 최초·최고의 연구성과를 과감하게 지향하도록 돕는다.

혁신생태계 조성 및 기술사업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하고 있다.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고 유지하며 그들이 R&D에 몰입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시행될 '제5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5개년 계획'을 관계부처와 함께 수립하고 있다. 또한 시중 3개 은행과 협력하여 앞으로 4년간 총 1조원의 '과학기술혁신펀드'를 조성, 실험실 창업기업을 포함한 국가전략기술 분야의 스타트업과 초기기업에 투자하며 국가전략기술 보유를 확인받은 기업에는 초격차 기술특례 상장 등이 가능하도록 계속 지원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달에는 주요 기업, 대학, 연구기관 등이 함께 미래 어젠다를 발굴하고 그 실천전략을 논의하는 '국가전략기술 미래대화'가 출범했다. 다양한 혁신주체 간의 협력을 강화하고 지역 균형발전, 규제개선, 사회문제 해결 등 신속한 성과 창출이 필요한 분야에서 혁신의 구심점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2040년대에는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0.1%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를 개선하려면 노동·자본 투입을 넘어서는 혁신역량 향상이 절실하다고 한다.
혁신을 위해서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과감함과 내실을 다지는 꾸준함 모두가 필요하다. 과학기술혁신본부는 그간 어느 한 부처나 한 기관의 힘만으로는 해낼 수 없는 혁신을 이루어내고자 노력해왔다. 앞으로도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과학기술 혁신을 넘어 대한민국을 혁신한다'는 각오로, 혁신의 기운이 국가의 전 분야로 확산될 수 있도록 힘을 다할 것이다.

류광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