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 국민의힘 입장문 내고 "남자끼리 대화' 강조
"성희롱 의도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경기도 익명 게시판 와글와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수원=장충식 기자】경기도의회의 한 상임위원장이 소속 직원에게 성희롱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해당 위원장이 소속한 국민의힘이 "논란의 발언은 남성간 대화로, 성희롱 여부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남성끼리 이루어진 대화이기 때문에 성희롱에 해당하지 않을 수 있다는 취지로, 2차 가해 논란까지 제기되고 있다.
12일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경기도 직원 전용 익명 커뮤니티 '와글와글'에는 '비례대표가 위원장인 상임위원회에서 주무관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밝힌 A씨는 '성희롱'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해당 글에서 A씨는 "9일 오후 6시 퇴근시간 정도에 상임위원장이 저녁을 먹자고 얘기하며 약속이 있냐고 물어봤다. 저는 당일에 이태원에서 친구를 보기로 해서 밤에 이태원에 간다고 했다. 그 후 위원장이 '남자랑 가, 여자랑 가?'라고 물어봤다"고 전했다.
이후 A씨가 "남자도 있고 여자도 있다고 하자"고 답변하자, 상임위원장은 "쓰○○이나 스○○ 하는거야? 결혼 안 했으니 스○○은 아닐테고'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도의회 국민의힘은 '남성 간 비공식 대화 중 발언 관련 사실관계 확인 중입니다'는 입장문을 통해 "언론보도 및 내부 게시판에 언급된 모 의원의 발언과 관련하여, 현재 사실관계를 면밀히 확인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문제가 된 발언은 비공식적인 남성 간 대화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당시 정황과 표현의 성격을 종합적으로 볼 때 특정 성(性)을 겨냥하거나 불쾌감을 주려는 의도로 단정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며 "이에 따라 성희롱 여부에 대해서는 신중하고 객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또 "상호 존중과 성인지 감수성을 바탕으로 이번 사안을 엄중히 들여다보고 있으며, 관련 경위를 확인한 후 필요한 조치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사실관계가 명확히 확인되기 전까지는 추정성·단정적 보도를 자제해 주시고, 신중한 보도를 당부드린다"고 요청했다.
특히 "대선 정국에서 정치적 목적의 일방적 기사나 논평이 선거에 영향을 줄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를 수 있다"며 "공정한 선거가 진행될 수 있도록 보도의 형평성과 책임 있는 대응을 요청드린다"고 밝히며 법적 대응도 거론했다.
이에 대해 한 도의회 직원은 "남성끼리 대화는 성희롱이 아니라는 생각 자체가 이해할 수 없는 발상"이라며 "명백한 2차 가해"라고 말했다.
도의회 13개 상임위원회 가운데 비례대표 의원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임위원회는 1곳으로, 문제의 상임위원장은 국민의힘 양우식 운영위원장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양 위원장은 지난 2월 19일 생중계되는 도의회 운영위원회 업무보고 자리에서 사무처장에게 "익일 1면에 의장 개회사, 양당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실리지 않으면 홍보비를 제한하라"고 발언해 '언론 탄압' 논란을 빚었다.
이후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에 회부됐지만, 아직까지 처분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jjang@fnnews.com 장충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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