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집권 후 첫 해외 순방 '중동 3국'
3박4일 일정 사우디·카타르·UAE
WP "지역 안보보다 실익 포커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 뒤 첫 해외 순방 지역으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중동 3개국을 택하고, 13일(현지시간)부터 3박4일 동안 순방에 들어간다. 이들 국가의 국부 펀드의 미국에 대한 대규모 투자 및 무역·기술 거래를 트럼프 대통령은 추진해 왔다. 그는 출국 전에 사우디아라비아가 미국에 1조 달러(14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다. 이들 3개국은 오일 머니로 거대 자금을 갖고 있는 친미적인 중동의 군주국가들로서 이란 등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확산에 위기감을 갖고 있다.
■대미 투자 얻은 트럼프, 안보 약속
이런 상황에서 사우디 등 이들 3개 왕정 국가들은 가자 전쟁 등 격변하는 지역 정세 속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친분을 다지는 한편 안보 공약을 재확인하려고 대미 투자 확대 등에 성의를 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들 지역 군주국들에게 경제적, 지정학적 이익을 지원할 수 있음을 밝히는 등 화답하면서 협력을 이끌어 내려고 해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1일 "트럼프 대통령은 순방에서 방문국들과의 무역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며 지정학적 사안보다 비즈니스 합의 타결에 집중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WP와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들 국가들과 투자 협정, 석유 및 무역, 이스라엘-가자 및 예멘 지역 분쟁, 이란 핵 프로그램 협상 등 여러 주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특유의 거래적 관점에서 미국에 대한 투자 확보에 우선 순위를 두고 반대 급부로 지역 안보 등에 대해 약속해 줄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순방에서 경제적 실익을 확보하고 자신의 성과를 돋보이게 할 것이란 설명이다.
■'투자포럼'에 블랙록CEO 등 참석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이 방문국과 다양한 주제에 대해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지만, 핵심 목표는 '미국 우선주의'라고 분석했다. 미국외교협회(CFR) 스티븐 쿡 선임 연구원은 가디언에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정책은 부유한 걸프 국가들과 그들의 대규모 국부 펀드를 대미 투자의 자원으로 바라보는 그의 관점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첫 행선지인 사우디에서는 대규모 대미 투자 협약이 준비되고 있다. 사우디의 실권자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직후 통화에서 향후 4년간 미국에 최소 600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투자액을 1조 달러로 늘리기를 바란다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첫 해외 순방지로 사우디를 선택하겠다고 했다. 몇 주 후 트럼프 대통령은 "그들의 동의에 따라 그곳에 갈 것"이라며 사우디 방문 계획을 직접 밝혔다.
이번 순방 기간, 사우디에서는 '사우디-미국 투자 포럼'도 열린다. 이 자리에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씨티그룹의 제인 프레이저·IBM의 아빈드 크리슈나 최고경영자(CEO) 등이 참석한다.
■이스라엘과 중동 관계 정상화도 논의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의 '숙원'인 이스라엘과 사우디의 관계 정상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2020년 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이스라엘을 수교하도록 한 아브라함 협정의 연장선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번 순방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가 관련 문제 등에 대해 트럼프 행정부 당국자들에게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대인인 쿠슈너는 트럼프 행정부 1기 당시 백악관 선임 고문으로 일하며 아브라함 협정을 성사에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한편 이번 순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맹방인 이스라엘을 방문하지 않는다. 이란과 핵문제 해결 등 외교적 협상을 모색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의 협력은 그 다음 문제라는 일종의 메시지를 중동 등 대내외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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