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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만 쬐어도 지혈·봉합…한일 글로벌 산학협력 성과

부산대기술지주 자회사 에스엔비아-日 글로벌 제약기업 JBP
히알루론산 기반 광(光)경화 의료기기 공동개발 계약 체결
임상시험·제품화 ‘눈앞’…세계 기업과 제3자 기술이전도 협의

빛만 쬐어도 지혈·봉합…한일 글로벌 산학협력 성과
카쿠 타이이치 JBP 회장, 임홍석 JBP·JBPK 대표이사, 양승윤 부산대 바이오소재과학과 교수, 이강오 에스엔비아 대표이사(왼쪽부터)가 지난 9일 '광(光)경화 의료기기의 기술실시 및 공동개발 계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부산대학교가 한·일 글로벌 산학협력으로 빛을 쬐어 지혈과 봉합을 할 수 있는 광경화성(photocurable) 의료제품 개발 가속화에 나서 바이오업계 반향이 기대된다.

부산대(총장 최재원)는 부산대기술지주㈜ 자회사인 ㈜에스엔비아(대표이사 이강오)와 ㈜제이비피코리아(대표이사 임홍석)가 바이오소재과학과 양승윤 교수 연구팀의 ‘의료용 광가교 히알루론산’ 기술을 기반으로 두 회사가 2년에 걸쳐 공동 개발한 기술에 대해 ‘광(光)경화 의료기기의 기술실시 및 공동개발 계약’을 지난 9일 부산지식산업센터에서 체결했다고 13일 밝혔다.

㈜제이비피코리아는 글로벌 제약기업인 일본의 JBP, 즉 ㈜일본생물제제(Japan Bio Product)의 한국법인이다.

이날 양사는 현재 진행 중인 비임상시험이 완료되는 대로 임상시험에 진입해 제품화를 완료한다는 데 합의했다. 두 회사는 또 지난해 독일 뒤셀도르프에서 개최된 ‘MEDICA 2024 전시회’를 통해 30여 개 기업들과 기술 수출 상담을 진행한 후 현재 복수의 기업들과 제3자 기술이전에 대한 협의도 진행 중이다.

한·일 양사 연구팀이 공동개발한 광경화 의료기기는 화학적으로 가교하는 기존 제품과는 달리, 봉합이나 처치가 필요한 부위에 액상 또는 패치 형태의 광가교 히알루론산을 적용한 후, 저출력의 가시광선을 조사해 체내에서 광경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이 제품은 기존의 실란트와는 달리, 시술자가 다양한 성장인자나 유효 약물을 임상현장에서 간단한 방법으로 혼합해 주입할 수 있는 믹싱 프로토콜을 제공하므로, 봉합 및 지혈효과와 함께 약물의 서방형 방출에 따른 치료 효과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두 회사의 광경화 의료기기 개발의 원동력은 에스엔비아가 부산대로부터 공공기술을 이전받아 최근 BGMP(우수 원료 의약품 제조 및 품질 관리기준) 환경에서 양산에 성공한 히알루론산 기반 광가교 플랫폼 ‘PhotoQ-HA’이다.

PhotoQ-HA는 특허성을 확보한 ‘광가교 히알루론산’과 안전성이 향상된 새로운 가시광선용 ‘수용성 광개시제’가 효과적으로 결합된 제품이다.

화학적 가교와 달리 빛을 이용해 고분자를 가교(crosslink)시키는 광경화 기술은 이미 수십 년 전에 개발됐다. 하지만, 광경화를 위해 높은 광출력과 더불어 수십 초 이상 장시간의 광조사가 요구된다는 점에서 기존의 바이오 소재들은 안정성 문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반면, 에스엔비아와 부산대 양승윤 교수 연구팀이 공동 개발한 PhotoQ-HA 플랫폼은 임상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히알루론산을 이용한 새로운 광경화 소재 기술로, 각막에 조사해도 안전한 수준의 저출력 가시광으로 5초 내에 빠르게 가교되며, 장시간 안정된 접착력을 유지하며 상처를 보호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러한 장점을 기반으로 순간 조직 접착제와 패치형 지혈제 외에도 인공장기 프린팅용 바이오 잉크 및 서방형 약물 전달체(DDS)에도 활용되고 있어 학계와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양승윤 부산대 교수는 “광가교 기술은 이미 수십 년 전 개발됐으나, 독성에 대한 우려와 인체에 적합한 안전 소재 개발의 지연으로 의료기술 미개척 영역에 있었다”며 “이번 두 회사의 광경화성 의료기기 개발을 계기로 의료현장이 요구하는 안전성과 우수한 성능을 보유한 조직접착제 및 지혈제, 국소약물전달체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할 것”이라고 추가 연구계획을 밝혔다.

임홍석 ㈜제이비피코리아 대표이사는 “일본생물제제(JBP)는 1954년 설립 이후 전 세계에 태반주사제 ‘라이넥(LAENNEC)’을 공급하고 있는 글로벌 제약회사로, 2005년부터 ㈜GC녹십자와 합작으로 ㈜GC녹십자웰빙을 설립하고 한국에서 태반주사제를 비롯한 다양한 전문의약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어, “이미 20여 년간 꾸준히 확대해 온 한·일 제약 분야 기술협력 성과를 바탕으로 부산대가 개발한 혁신적인 의료용 광가교 소재를 이용해 차별화된 광경화 의료기기를 개발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에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paksunbi@fnnews.com 박재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