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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아지부터 경주·은퇴마까지… 30년 馬生, 사람과 함께 달린다

마사회, 말 생애주기별 지원 강화
각인순치사업·재활프로그램 추진
은퇴 경주마, 승용 전환사업 확대
말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도 앞장

망아지부터 경주·은퇴마까지… 30년 馬生, 사람과 함께 달린다
지난 8일 전북 장수군 한국마사회 장수목장 내 말 요양소에서 전설의 경주마로 불리는 '동반의강자'(왼쪽)와 '터프윈'이 거닐고 있다. 사진=최용준 기자
한국마사회가 최근 발표된 '말 복지 대책'에 발맞춰 말의 생애주기별 지원 사업을 강화한다. 망아지부터 경주마, 은퇴 경주마까지 각 단계별로 말의 30년 일생에 대한 제도를 확대한다는 방향이다. 망아지 시절부터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부상당한 경주마는 재활을 지원하며, 은퇴한 말은 사람이 탈 수 있는 승용마로 전환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구상이다.

■ 생애 전 주기 지원 확대

13일 마사회에 따르면 올해 망아지 각인순치 사업을 강화한다. 지난해 처음 시범사업을 도입했다. 망아지 순치란 망아지 시절에 사람에게 친숙함을 심어주고, 자극에 대한 민감성을 줄이며, 인간에 대한 복종심을 키우는 교육이다. 망아지가 태어난 후 조기에 이루어지는 교육으로, 사람을 적으로 여기지 않고 편안하게 받아들이도록 돕는다.

마사회에 따르면 각인순치를 생후 1일령, 2일령에 2일만 시행하더라도 미실시한 말과 3개월 후 비교 시 위협행동이 현저히 감소한다. 망아지 시기 다리들기, 굴레 씌우기, 수장, 손끌기가 충분히 된 말은 성마가 되어서도 사람에 대한 친화도가 높으며 위협행동 발생이 준다. 이에 따라 각인순치가 사람에 대한 거부감을 줄여 말복지와 연결되는 것이다.

마사회는 올해 70두 망아지를 각인순치하는 것이 목표다. 지난해 59두를 완료했다. 사업참여 희망자가 많을 경우, 평가단(말복지컨설턴트, 말복지센터 직원)구성 후 생산환경, 참여의지(방목시 망아지 굴레착용 및 개별 끌기 여부) 등 평가를 통해 우선순위 및 참여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부상당한 경주마를 위한 '경주마 재활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한다. 지원 두수를 지난해 50두에서 올해 60두로 확대할 방침이다. 보다 많은 경주마들이 재활 프로그램 복지 혜택을 누리고 성공적인 복귀를 돕기 위해서다. 경주 출전(주행심사·연습주행 포함) 등으로 다칠 경우 수술·입원치료 무상지원, 외부목장휴양재활 6개월, 휴양·재활비용이 지원된다.

■ 은퇴마 복지·재활도 본격 추진

은퇴경주마를 위한 △승용전환 지원사업 △은퇴경주마 전용 품평회 및 승마대회도 확대 개편한다.

국내 경주마(더러브렛종 기준)는 약 3000여두다. 이중 연평균(2020년∼24년) 약 1342두가 은퇴한다. 은퇴경주마 중에선 349두(약 26%)가 승용마로 거듭난다. 승용전환율은 2020년 18%에서 지난해 43%로 확대됐다. 경주마를 훈련시켜 사람이 타는 승용마로 바꾸겠다는 방향이다.

마사회는 은퇴경주마 승용전환 시설을 기존 20개에서 민간 2개로 확대하고 조건 역시 은퇴 후, 90일 이내에서 180일 이내로 늘린다. 승마조련비용 등 사업비 5억3000만원을 투입한다. 품평회도 연다. 승용마로 활용이 가능한 정도를 심사하는 사업으로 은퇴 경주마 대상, 승용순치 훈련을 거쳐 침착성, 기본 순치 정도를 심사 및 인증을 부여한다.

이밖에 마사회는 서울 및 부경마주협회와 함께 매칭그랜트 형식으로 '더러브렛 복지기금'을 통해 5년간 적립식 총 100억원 규모를 출연하고 있다. 은퇴한 경주마가 노후를 보내는 안성팜랜드 휴양목장 등에 쓰인다. 선수 시절 우수한 성적이나 특별한 스토리를 만들어낸 명예 경주마가 제2의 마생(馬生)을 보내는 곳이다. 지금껏 총 5두가 명예경주마로 선정된 바 있다. 명예경주마는 올해도 5~6두 추가 선정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말 복지 제고 대책'(2025∼2029년)을 발표했다. 국내 첫 말 복지 대책이다. 내년에 한국마사회에 '말 보호모니터링센터'를 설치하고 '말 의무 등록제' 도입을 위한 법제화가 골자다.
유성언 말등록복지센터장은 "지금까지 소유주가 자율적으로 신고해온 말 등록이 의무화된다"면서 "마사회는 관련 선행연구를 시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 학대를 막기 위한 말 보호 모니터링센터는 내년 설치될 예정이다. 말 사육시설에서 동물을 학대하거나 방치하면 이를 신고하고 구호·재활 지원하는 기능을 맡는다"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