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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약집단 근로자일수록... "퇴직연금 한번에 받겠다"

50대초 상용직 근로자 조사
46.4%가 일시금 수급 원해
"적립액 적고, 빚 갚는데 필요"
정부, 중도인출 방지안 추진

노동시장 취약집단에 속한 근로자일수록 퇴직연금 일시금 수급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립액이 적고, 빚을 갚는 목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의 노후소득보장 역할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은퇴 전 중간정산 등 퇴직급여 활용을 제한해 적립액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고용노동부에서는 퇴직연금 담보대출을 추진하고 나선 가운데, 금융권에서도 법 개정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13일 한국노동연구원이 발간한 '50대 초반 상용직 근로자의 퇴직급여 현황과 활용 계획'을 보면 퇴직연금을 연금 형태로 수급하는 비중은 2020년 3.3%에서 2023년 10.4%로 증가했다.

최근 증가율은 빠르지만 아직 낮은 수준이다. 퇴직급여의 연금 형태 수급률 개선은 노후소득 보장제도로서 퇴직급여가 한 축을 담당하려면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핵심적인 요인이다.

그러나 퇴직급여를 전부 일시금으로 수급하겠다는 응답은 여전히 46.4%로 절반에 가까웠다. 특히 퇴직급여를 전부 일시금으로 수급하려는 이유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적립금액이 적어서'가 32.1%로 가장 높았다. '부채해결'이 23.6%로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생계유지가 어려워서'가 14.2%로 뒤를 이었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승호 연구위원은 "연금 형태로 퇴직급여를 수급하는 비중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55세 전 퇴직급여 사용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대체로 퇴직급여 전부를 일시금으로 수급하려는 집단에서 취약한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았으며, 적립금액이 적은 집단일수록 부채 해결이나 생계유지를 목적으로 일시금 수급을 선호하는 비중이 더 높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퇴직급여로 노후의 소득보장을 위해 은퇴 전 퇴직급여 활용을 제한할 필요가 있지만, 노동시장 취약집단을 지원하는 정책 대안이 같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퇴직급여 담보대출을 활성화해 중도인출을 방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현 제도에서는 퇴직연금의 압류와 양도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은행들이 해당 상품을 제공하는데 있어 소극적"이라면서 "이를 가능토록 법 개정을 통해 퇴직연금 담보대출이 가능하도록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민의 힘 김위상 의원은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금융권에서도 법 개정 여부를 주목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존에는 퇴직연금을 담보로 설정하기 힘들어 사내대출에 질권을 설정해주거나, 퇴직연금 가입자 대상 신용대출을 운영하는 정도로 운영할 뿐 퇴직연금을 활용한 대출은 거의 유명무실했던 상황"이라면서 "법 개정이 된다면 그동안 은행들에게 큰 판매유인이 없던 것과 달리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 인만큼 관심있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