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함재운 씨 "목이 멜 뿐" 지난해 11월 철원서 유해 발굴
[파이낸셜뉴스]
2024년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에서 발굴된 고(故) 함상섭 하사의 유해. 국유단 제공
6·25전쟁 당시 조국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정전을 이틀 앞두고 27세의 나이로 산화한 호국영웅 고(故) 함상섭 하사가 72년 만에 가족과 만났다.
14일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강원도 철원군 원남면 주파리 일대에서 발굴한 부분 유해의 신원을 국군 제7사단 소속 고 함 하사로 확인했다.
함 하사에 대한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유가족의 요청에 따라 이날 인천광역시 연수구 보훈회관에서 열렸다. 고인의 참전 과정 등을 설명하고 신원 확인 통지서와 귀환패 등이 담긴 함을 가족에게 전달했다.
유가족 대표인 아들 함재운 씨(76세)는 “아버지의 유해를 찾았다고 하니 멍한 느낌이 든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고 이상한 기분이다. 단지 목이 멜 뿐"이라며 "유해를 찾아준 국가와 국방부에 감사하다. 아버지를 하루빨리 현충원에 모시고 싶다”고 소회를 밝혔다.
고인의 유해는 유해발굴을 경험했던 육군 제7사단 예하의 대대장인 정준혁 중령의 제보와 국유단의 전문 조사·발굴팀의 노고가 있었기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작전지역 지형정찰 간 정 중령은 지표면에 있는 방탄헬멧과 수통을 발견하고 국유단에 유해소재 제보를 했다. 정 중령은 동년 전반기에 실제 유해발굴에 참여한 경험이 있기에 이를 쉽게 넘기지 않았던 것이다.
제보를 받은 국유단은 전문 조사·발굴팀을 파견해 해당 지점의 땅을 파기 시작해 이 과정에서 유해발굴기록병이 최초로 유해를 식별했고, 이를 본 발굴팀장이 함께 발견된 M1 소총 등 유품 출토 상황을 고려해 구획을 확장해서 발굴을 진행한 결과 추가로 유해 7구를 더 발굴할 수 있었다. 그리고 20m 인근 또 다른 지역에서도 11구의 유해를 추가로 발굴했다.
고인의 유해는 다른 유해와 복잡하게 엉킨 상태로 발견됐다. 전사한 이후 급박한 전황 속에서 집단 매장됐다가 미처 수습되지 못한 것으로 국유단은 추정했다.
신원 확인의 결정적 단서는 발굴된 인식표에 새겨진 고인의 이름이었다. 국유단은 이를 바탕으로 병적부를 열람한 후 행정관서를 찾아가 유가족의 소재 확인을 요청했다.
관공서의 협조 덕분에 국유단은 작년 11월 25일 친손자를, 28일엔 아들을 찾아 유전자 시료를 확보했고, 유전자 비교 분석을 통해 가족 관계를 확인했다.
이로써 2000년 4월 유해발굴이 시작된 이후 신원이 확인된 국군 전사자는 총 254명으로 늘어났다. 올해 기준으로 고인은 여섯 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호국영웅이다.
함 하사는 1925년 10월 강원도 횡성군에서 1남 1녀 중 첫째로 태어났다. 그는 1949년 결혼해 같은 해 아들을, 1952년엔 딸을 낳았고, 6·25전쟁 막바지인 1953년 1월 제주도 1훈련소로 입대했다.
함 하사는 훈련을 마친 뒤 국군 제7사단에 배치돼 1953년 7월 '적근산-삼현지구 전투'에 참전해 치열한 교전을 벌이다 정전협정 체결을 불과 2일 앞둔 7월 25일에 전사했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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