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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을 수학여행·안보·성지순례·마이스 관광지로 특화 개발" [로컬포커스 공공기관장을 만나다]

세계인이 찾는 관광도시 토대 마련... 백현 인천관광공사 사장
지금까지 인천은 관광 볼모지에 가까워
市 대행사업 탈피, 자체 사업 발굴·운영
외국인·지방학생 관광객이 찾도록 홍보
올해 수학여행단 4만~5만명 유치 노력
안보·천주교 성지순례도 100만명 목표
6월 해외관광객 유치 '맥강파티' 개최
'일하는 조직'으로 강도 높은 개혁 추진
송도컨벤시아·하버파크호텔 흑자 달성
공사 9년만에 사옥 마련·경영성과 인정

"인천을 수학여행·안보·성지순례·마이스 관광지로 특화 개발" [로컬포커스 공공기관장을 만나다]
백현 인천관광공사 사장이 14일 집무실에서 인천을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관광도시로 만들겠다며 사업 계획 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갑수 기자
【파이낸셜뉴스 인천=한갑수 기자】 "인천에는 관광자원이 많지 않은데다 그동안 제대로 활용도 못했다. 지역의 관광자원을 발굴하고 국내외에 알려 인천을 전 세계인들이 찾는 관광도시로 만들겠다." 백현 인천관광공사 사장은 14일 회색 도시로 대별될 정도로 관광 불모지에 가까웠던 인천을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도시로 성장시키는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백 사장이 선택한 방안은 전국 학생들이 선호하는 수학여행지로, 안보 관광지로, 천주교 성지 순례지로 만드는 것이었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 보탠다면 마이스 산업 도시다.

백 사장은 "관광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가만히 있으면 관광객이 절대로 찾아오지 않는다. 적은 시설이라도 최대한 홍보해 관광객을 찾아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 사장은 지역 주민 입장에서 보면 송도국제도시나 차이나타운, 개항장, 월미도, 영종도, 강화도 등이 별로 특이할 게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외국인이나 지방 학생들에게는 새롭고 매력적인 장소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백 사장이 제일 먼저 시작한 일은 수학여행단 유치였다. 2023년 5000명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이보다 2배가 많은 1만명이 인천을 찾았다. 2024년에는 3만3000명을 유치했다. 올해는 4만명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5만명까지 유치하려고 노력 중이다.

그는 지난 4월 컨벤션운영협회 회의 참석 당시 전국의 관광공사, 관광재단 대표들로부터 수학여행 유치 방법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는 "영업비밀"이라며 알려주지 않았다고 한다. 또 그는 북한과 맞닿아 있는 지역 여건을 관광지로 활용하는 안보 관광에도 주력했다. 서울에 있는 재향군인회와 협약을 맺고 서해 최북단 지역으로 북한과 맞닿아 있는 백령도와 연평도, 강화도 등지를 관광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사업을 시작해 3000명을 유치했고 2년차인 올해는 5000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가 최근 들어 가장 신경을 쓰는 분야는 천주교 성지 순례다. 천주교 성지 순례는 지난해부터 추진했는데 올해 5000명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인천에는 내륙과 섬 지역에 천주교 성지가 많이 산재해 있다. 한국천주교 첫 세례자 이승훈의 묘역과 역사공원이 조성돼 있고 답동성당(인천 최초 천주교 성당), 해안성당(중국 화교 성당), 강화성당(최초의 한옥 성당)이 있고 백령도, 대청도 등에 공소(신부가 상주하지 않는 성당)가 10여개 있다. 한국 천주교회의 첫 번째 사제이자 순교자인 김대건 신부가 외국인 신부를 밀입국 시키려고 왔다가 체포된 곳이 백령도 인근 순위도(북한 영토)였다. 덕적도성당에는 서해안의 슈바이처로 불린 최분도 신부의 자취가 남아 있다.

특히 인천시가 올해부터 섬을 왕래하는 선박 요금을 시내버스 수준으로 인하하면서 섬을 찾는 관광객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는 상태다. 백 사장은 안보 관광과 천주교 성지 순례지를 적극적으로 홍보해 지난해 섬을 방문한 관광객 86만명보다 16.2% 증가한 100만명을 올해 목표로 잡고 있다.

백 사장이 이렇듯 새 관광 사업을 전개할 수 있었던 것은 오랫동안 심사숙고한 결과였다. 그는 2015~2016년 인천시 마이스산업 과장 재임 당시 인천관광공사를 객관적 입장에서 살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이때 그는 인천관광공사가 인천시의 대행 사업만 해서는 비전이 없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해서 나온 대안이 수학여행, 천주교 성지 순례, 안보 관광이다. 백 사장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공사가 자생력을 갖추기 위해 콘텐츠 발굴을 넘어 공사에서 자체 사업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의 이런 생각에 대해 일부 공사 간부들은 "시에서 시키는 것만 하면 되지 굳이 나서서 일을 만들 필요가 뭐가 있나"라며 반대했다.

백 사장은 예전 방식을 고수하다간 관광공사가 이전처럼 다시 도시공사에 합병되거나 없어질 수도 있다고 직원들을 채찍질하며 강도 높은 개혁을 추진했다. 그는 2008년 개관 이후 줄곧 적자였던 송도컨벤시아를 지난해부터 컨벤션의 가동률을 높이고 주차장을 직접 운영해 처음으로 13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찾아오는 손님만 받던 방식에서 탈피해 각종 학회·협회를 직접 찾아다니며 마케팅을 한 결과 컨벤션 가동률이 올라가 3억원의 수익을 냈다. 주차장에서도 인건비 등을 제하고 10억원의 수익을 냈다. 하버파크 호텔도 16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그는 인천시에서 상상플랫폼을 출자 받아 처음으로 사옥을 확보했다. 공사 출범 9년 만에 세입자 신세를 면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우수 등급(가등급)을 받았고 녹색경영대상 산자부 장관상, 일·여가 양립제도, 사회공헌 특별상, 마이스 진흥 대상 등을 수상하며 대외적으로 경영성과를 인정받았다. 다음은 백 사장과 일문일답.

―많은 사업 중 제일 심혈을 기울여 추진한 사업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 관심을 많이 뒀다.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 출장을 가야 하는데 직원들이 가면 그쪽 직원을 만나고, 제가 가면 그쪽 사장을 만난다. 제가 가야 일 처리가 빨라진다. 제가 출장이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짧은 기간 내 많은 관광객을 유치할 수 있었다. 작년에 외국 관광객 30만명 유치가 목표였는데 약 40만명 정도를 유치했다.

―재임 기간 중 가장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은.

▲공사 직원들의 마인드를 바꿔 일하는 조직으로 개편했다. 직원들이 그동안 대행 사업에만 길들여져 있어서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마인드가 부족했다. 적극적으로 일을 하고 사업 발굴도 하도록 교육을 많이 했다. 직원들한테 공사가 자립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해주고 마케팅은 설렁설렁 하는 게 아니라 혼신의 힘을 다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동안 많은 실적을 냈는데 최고의 성과는.

▲맥강 파티다. 제가 2016년에 중국 아오란 기업의 단체 관광객 6000명을 유치한 이후 사업이 중단됐다.
코로나19가 끝난 2023년에 다시 시작했다. 인천에서 만든 수제맥주와 닭강정을 가지고 치맥 형식으로 3000명을 유치하고 2024년에 1만명을 유치했다. 올해는 계엄 사태, 대통령 선거 때문에 행사를 6월로 연기했다.

kapsoo@fnnews.com 한갑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