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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세계 최초 간 이식 '9000례' 기록 썼다

간이식 9000례 달성, K의료의 선진성 보여줘
수술 난이도 높은 간이식, 합병증 위험도 커
수술성공률 세계 최고수준 10년 생존률 89%

서울아산병원, 세계 최초 간 이식 '9000례' 기록 썼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오른쪽 첫 번째)가 지난 4월 30일 알코올성 간경화 환자에게 기증자의 간을 이식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파이낸셜뉴스]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최초로 간이식 9000례를 달성하며 한국 의료의 새 역사를 썼다. 서울아산병원은 지난 4월 30일 서울아산병원에서는 생체 간이식 2건이 동시에 진행되며 8999번째와 9000번째 간이식이 연이어 성공적으로 완료됐다고 15일 밝혔다.

이번 기록은 1992년 8월 첫 뇌사자 간이식을 시행한 이후 약 32년 만에 이룬 성과다. 단일 의료기관으로서 세계 최초이자 유일한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은 그동안 생체 간이식 7502건, 뇌사자 간이식 1498건을 시행하며 9000건의 간이식을 집도했다. 특히 전체 간이식 중 약 85%가 생체 간이식으로 수술 난이도가 높고 합병증 위험이 큰 생체 간이식을 중심으로 성과를 거뒀다.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수술 성공률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1년 생존율 98%, 3년 생존율 90%, 10년 생존율 89%를 기록하고 있다.

9000번째 수술은 알코올성 간경화를 앓던 43세 여성 환자에게 20세 조카가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해 진행됐다. 수술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혈액형이 달라 거부반응 위험이 컸다. 하지만 간이식팀은 세계 최다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 경험을 바탕으로 항체 억제 치료와 혈장교환술을 통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서울아산병원은 간이식 수술법 개발에서도 세계적 선두주자 역할을 해왔다. 1998년 이승규 석좌교수가 개발한 ‘변형 우엽 간이식’은 현재 전 세계 간이식 표준 수술법으로 자리 잡았다. 2000년 세계 최초로 시행한 ‘2대 1 생체 간이식’은 기증자와 수혜자의 조건이 맞지 않아 기존에는 불가능했던 경우에도 간이식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 수술법으로만 지금까지 650명이 넘는 환자들이 새 삶을 얻었다.

또 서울아산병원은 혈액형 부적합 간이식을 세계 최다인 1126례 시행했으며 복강경과 최소절개술을 통해 기증자의 회복 기간 단축과 삶의 질 개선에도 앞장서고 있다. 생체 간이식 기증자 중 사망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 안전성 역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서울아산병원의 영향력은 국내에 국한되지 않는다. 2011년부터 몽골과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간이식 기술을 전수해온 결과, 해당 국가 병원들이 독자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하게 됐다.

프랑스, 터키, 카타르, 카자흐스탄 등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의 수술법이 적용된 최초 간이식이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심지어 간이식의 본산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서울아산병원의 기술력을 배우고자 협력을 요청한 바 있다. 미네소타대학병원과는 간이식 수술법 전수 협약이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이승규 석좌교수는 “9000례 간이식 성과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수많은 생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 한 사람이 힘을 합쳐 만든 기적의 결과”라며 “의사, 간호사, 마취과, 영상의학과, 중환자실, 병동, 장기이식센터 등 모든 진료 부서가 원팀으로 환자의 생존과 삶의 질 향상에 집중한 결과”라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