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장관 16일 제주서 회담 재개
中·日 등 지켜보고 속도조절해야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최된 한미간 재무·통상 2+2 통상협의 모습. /사진=뉴스1
한미 통상장관이 16일 제주에서 양자 회담을 갖는다. 이틀 일정으로 15일 개막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를 계기로 양측이 한국에서 다시 만나는 것이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30분간 마주 앉는다는데, 여러 정황상 진전된 협의를 도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달 말 재무·통상 '2+2' 회담에서 상호관세 15% 유예가 끝나는 7월 8일까지 타결하자는 이른바 '7월 패키지'에 합의했다. 양국은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안보, 투자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대 의제별로 실무협상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국정공백 대선 정국과 맞물려 협상은 별 진전이 없다고 한다. 그러나 한미 간 환율정책 협상에는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미 실무책임자급 첫 환율 협의가 지난 5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렸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미국의 원화가치 절상 압박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원·달러 환율은 하루 새 30원 가까이 오르내렸다.
미국은 물가 상승, 여론 악화 등 심상치 않은 자국 사정으로 조속한 협상을 원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은 "한국은 대선이 본격화하기 전 매우 좋은 제안을 가지고 왔다"며 협의를 종용하는 식의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얼마 전에는 "한국 정부가 대선 전에 무역협상을 마치기를 원한다"고 밝히면서 당시 한덕수 대행 정부가 선거용 성과를 내려 했음이 드러나 파장이 일었다. 결과적으로 저자세 굴욕 협상을 자초해 국익을 훼손한 셈이다.
새 정부 출범이 20일도 남지 않았다. 새 정부 경제·산업 수장 진용이 갖춰질 때까지 적어도 출범 후 한달은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측도 7월 초 협상 시한까지 타결 짓는 것이 사실상 어렵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대행 정부에서 합의한 의제를 연속선상에서 이어가되 경제·안보협력을 포함한 포괄적 담판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보수, 진보 어느 정권이 협상을 잇더라도 국익을 최우선한 대미관세 폐지의 목표는 같을 것이다. 세부전략은 미국이 최우선 협상국으로 꼽은 일본 등 나머지 4개 국가의 대미협상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다듬어가야 한다. 미국과의 관세협상을 타결한 영국, 90일간 '관세전쟁' 휴전에 들어간 중국의 사례를 보면 미국은 기본관세 10%를 하한선으로 삼고 농축산물 등 시장개방과 비관세장벽 철폐를 요구하고 있다. 자동차 등 핵심 품목은 관세를 철폐하되 쿼터로 물량을 제한하는 식이다.
저자세 협상은 득보다 실이 많다.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 조선협력 등 미국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 주되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자동차·철강 등의 품목 25% 관세 철폐와 같이 우리가 챙겨야 할 것은 확실하게 관철해야 한다. 뭐든 조급하면 일을 그르친다. 환율정책 협상 역시 실물경제에 미칠 영향이 지대한 만큼 서두르지 말고 시나리오별로 치밀한 전략을 갖고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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