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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라테스 하고 나홀로 영화관람… 소비시장 큰손 된 시니어 [고령화 시대 新소비풍속도]

70대 문화·취미 소비 2년새 52%↑
교육수준 높아지고 경제적 여유
시니어 대상 운동 수업 만들고
영화관은 ‘전용 키오스크’ 도입
고령층 위한 맞춤 서비스 세분화

필라테스 하고 나홀로 영화관람… 소비시장 큰손 된 시니어 [고령화 시대 新소비풍속도]
지난 13일 오후 종로3가역 근처에 위치한 CGV 피카디리점에서 어르신들이 영화관 내 마련된 좌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필라테스 하고 나홀로 영화관람… 소비시장 큰손 된 시니어 [고령화 시대 新소비풍속도]
CGV 피카디리점 내부에 위치한 '디지털 약자 키오스크'. 예매를 돕는 안내가 손가락 표시와 함께 뜬다. 사진=이현정 수습기자
#. 지난 13일 오후 1시 종로3가역 앞에 위치한 CGV 피카디리점은 삼삼오오 영화를 기다리거나 스낵코너에서 휴식을 취하는 어르신들로 붐볐다. 오영식씨(81)는 "영화관이 집에서 가까워 평소에도 많이 찾는 편"이라며 "재미있는 영화가 많이 나오는 성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학력과 건강, 의욕을 모두 갖추고 제2의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는 '파워 시니어'들이 소비시장의 큰손으로 떠오르고 있다. 문화·취미 업종에서 왕성한 소비활동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관련 업종도 시니어 고객을 붙잡기 위한 움직임이 분주하다.

■70대, 문화·취미 지출 52%↑

15일 본지가 BC카드에 요청해 받은 '가맹점 매출 지수' 데이터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22년 대비 지난해 영화관·피부미용실·요가·필라테스·네일아트 등 문화·취미 관련 업종에서 전체 연령(20~70대) 중 70대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 △영화관 67% △요가 56% △필라테스 43% △네일아트 30% 등 전체 52% 더 많이 소비한 것으로 집계됐다.

평소 셀프네일을 즐긴다는 오형자씨(68)는 "자식들이 홀로서기를 한 이후엔 혼자서 운동도 하고, 영화도 보며 취미생활을 누리고 있다"며 "과거엔 자식을 돌보는 시간이 많았다면 이제 경제적으로도, 시간적으로도 '나'를 챙길 여유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간 문화·취미 업종은 젊은 층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같은 기간 20대의 문화·취미 업종 소비는 2년 새 1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 가운데 영화관·요가·필라테스·네일아트 업종은 모두 감소세였다. 특히 필라테스는 2년 전보다 19%나 줄었다. 필라테스 업종에서 20대 1인당 사용액은 54만9000원으로, 70대 109만5000원보다 2배가량 적었다.

전문가들은 100세 시대 도래와 고령층을 중심으로 '나를 위한 소비'에 대한 욕구가 커진 것 등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시니어들이) 그만큼 삶의 여유가 있고, 교육 수준이나 역량이 커졌다는 것"이라며 "기대수명이 늘어나면서 죽음을 준비하는 대신 젊을 때 못했던 지출에서 오는 만족감을 지향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만큼 향후 파워 시니어를 위한 맞춤형 서비스가 세분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필라테스부터 고령층 키오스크도

이 같은 변화에 맞춰 관련 업종 종사자들도 시니어 고객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거나 고령층 진입장벽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를 도입하고 있다. 방화역 근처 A 필라테스학원에서 시니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김규리 대표(49)는 "젊은 시니어부터 올드 시니어층까지 필라테스를 찾는 시니어 고객이 늘어나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당 학원에서는 60대 후반부터 80대까지 여러 연령대의 시니어 고객이 체형측정기로 체형을 측정하고, 시니어 운동 테스트를 통해 근지구력을 단련하고 있다.

CGV 피카디리점도 고령층 고객을 위해 '디지털 약자 키오스크'를 마련했다.
시니어용은 일반 키오스크와 달리 티켓을 구매하면 '관람하실 영화 제목과 시간을 확인하고 선택을 눌러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손가락 표시가 화면에 나타난다. 영화를 골라 인원과 관람 좌석을 터치할 때도 '관람하실 인원수를 숫자로 선택해 주세요' 등 예매를 돕는 안내가 뜬다.

CGV 관계자는 "고령층을 위한 키오스크는 2022년 10월부터 시범 운영한 이후에 지속적으로 운영 중"이라며 "과거에 키오스크 등 디지털 문화를 향유한 경험이 있는 세대가 고령층에 접어들고 있기 때문에 키오스크와 같은 편의시설도 거리낌 없이 이용하는 추세"라고 짚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이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