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수출선 수주 전년比 32% 감소, 조선소 포화로 신규 수주 놓쳐
MU·미쓰이E&S 역대급 실적에도 구조적 문제 지속
한화오션, HD현대 등 한국 업체들은 美 수주 따내며 약진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의 교토 마루이즈 조선소 전경. fnDB
【도쿄=김경민 특파원】 일본 조선업계가 세계적인 수주 호황 흐름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조선소의 건조 능력이 부족한 탓에 4월 수출선 계약은 전년 동월 대비 30% 넘게 감소했다. 일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조선업 부활 전략에 기술 협력으로 발맞추려 하지만, 기업들은 현지 생산에 소극적인 분위기다. 미국 내 투자를 확대하는 한국과 격차가 더 벌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수주 늘었지만 조선소는 '포화'
16일 일본선박수출조합에 따르면 4월 수출선 수주량은 전년동기대비 32% 줄어든 62만t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4월 말 기준 조선사들의 수주잔량은 2950만t으로, 약 3.7년치 작업량에 해당한다. 조선소의 선대(배를 건조할 때 선체를 올려놓는 대)가 수년치 건조 일정으로 이미 가득 차 신규 수주를 잇따라 놓치는 실정이다.
상선 수요는 환경 규제 대응과 신흥국의 물류 수요 증가로 확대되는 추세다.
재팬마린유나이티드(JMU)는 2025년 3월기(2024년 3월~2025년 3월) 순이익이 전기 대비 5.4배 늘어난 199억엔(약 1912억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주액도 7202억엔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선박용 엔진 대기업 미쓰이E&S도 선박 추진 시스템 수주가 전기 대비 1.4배 늘어난 2129억엔(약 1조89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일본 조선업계 관계자는 "세계 각국의 문의가 많은데 일본 조선소는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화오션 거제조선소. 연합뉴스
트럼프 손 잡은 韓, "위험하다"는 日
반면 한국은 미국 내 협력을 발판 삼아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산 선박에 항만 수수료 부과 방침을 내놓는 등 자국 산업 보호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일본 조선사와 협력을 추진 중이다.
HD현대중공업은 4월 미국 방산 조선업체 헌팅턴 잉갈스 인더스트리(HII)와 생산성과 기술 협력에 나섰다.
한화오션도 같은 달 국내에 약 6000억원을 투입해 대형 플로팅 독과 해상 크레인을 도입하는 설비 투자 계획을 밝혔다. 지난해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를 거점으로, 4월에는 한국 조선사 최초로 미국 해군 군수지원함 유지·보수·정비(MRO) 사업도 수주했다. 이는 미국 해군과 정비 계약(MSRA)을 맺은 기업만이 맡을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사업이다.
일본 정부 역시 관세협상에서 조선 기술 제공을 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 기술 협력과 군함 정비 역량 제공 등을 통해 미일 조선 협업이 현실화되면 일본 조선업의 성장 전략과도 맞물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일본 업계에서는 "미국은 인건비가 높고 공급망도 취약하다"며 부정적인 분위기다.
한 컨테이너선이 도쿄항에 정박해 있다. 연합뉴스
세계 최고였던 日, 점유율 7%로
세계 조선시장은 이미 중국 1강 체제로 재편됐다.
영국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신조선 수주 점유율은 중국이 69%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은 15%, 일본은 7%에 그쳤다. 중국 정부의 산업 보조금이 가격경쟁력을 끌어올린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은 해양 국가로서 에너지와 식량 자급률이 낮아 조선업은 안보와 직결된다. 기술력도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과거 잇단 사업 철수와 생산 능력 감축의 여파로 글로벌 호황의 과실을 충분히 누리지 못하고 있다.
업계는 반전의 계기를 모색하고 있다. 미쓰이E&S는 4월 자회사였던 상선 설계개발사를 쓰네이시조선에 매각해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펴고 있다.
또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친환경 선박 '암모니아 연료선' 등 차세대 에코십 공동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발주처인 해운사들이 주도하고 일본 정부도 에코십 수주 점유율 세계 1위를 목표로 정책적 뒷받침에 나서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중국과 한국 역시 기술 고도화에 나서고 있다"면서 "일본은 개발과 수주 속도에서 밀릴 경우 존재감을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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