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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노무현 저격수때 착각"..연일 징비록 쓰는 모래시계 검사


"DJ·노무현 저격수때 착각"..연일 징비록 쓰는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지난달 29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후보자 국민의힘 3차 경선 진출자 발표 행사에서 탈락한 뒤 눈을 감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 탈당과 함께 정계를 은퇴한 홍준표 전 대구시장이 하와이에 체류하면서 연일 정치생활에서 회한과 함께 자기 반성의 글을 올리고 있다.

홍 전 시장은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그래도 이 당에서 행복할 때가 DJ, 노무현 정권시절 저격수 노릇 할 때 였던걸로 기억한다. 저격수 노릇이 정치의 전부인 양 착각했다"고 회고했다. 홍 전 시장은 이어 "자고 일어나면 오늘은 무엇으로 저들에게 타격을 줄까만 생각하면서 당의 전위대 노릇을 자처할 때 나는 그게 내 역할인 양 착각했다"고 적었다.

그는 "그런데 이 당은 언제나 들일 하러 갔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오면 일 안하고 빈둥거리던 놈들이 안방을 차지 하고 있었다"며 "2006년 4월 서울시장 경선때 비로소 이 당의 실체를 알았다"고 설명했다.

홍 전 시장은 "결국 그런 속성이 있는 당이란걸 알고도 혼자 속 앓이 하면서 지낸 세월이 20년이었다"며 "그 앞 10년은 철부지처럼 뛰어 놀던 시절이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 당의 정통 보수주의는 이회창 총재가 정계 은퇴 하면서 끝난 당이었는데 그간 사이비 보수들이 모여서 온갖 미사여구로 정통 보수주의를 참칭하고 국민들의 눈을 가린 그런 세월이었다"며 "급기야 지금은 당의 정강정책 마저도 좌파정책으로 둔갑 시켜 놓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그러고도 자신들이 국민의짐이 된줄도 모르고 노년층들만 상대로 국민의힘이라고 떠들고 있다"며 "이번 대선이 끝나면 한국의 정통 보수주의는 기존판을 갈아엎고 새판을 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영국의 기득권층 대변자였던 토리당이 몰락하고 보수당이 새롭게 등장 했듯이 판이 바뀌지 않고는 더 이상 한국 보수진영은 살아날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5일에는 민주당에 과거 입당하지 않았던 것에 대한 후회감을 토로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을 통해 "30년 전 정치를 모를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권유를 따라 꼬마 민주당에 갔다면 이런 의리, 도리, 상식이 전혀 통하지 않는 당에서 오랫동안 가슴앓이는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밝혔다.

홍 전 시장은 지난 1996년 검사 시절 정치권 입문을 앞두고 민주당 입당을 진지하게 고민한 적이 있다. 당시에 이미 김영삼 전 대통령의 직접 영입 제안을 받고 민자당(현 국민의힘 계열) 입당을 결정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유인태 등 민주당 인사들이 홍 전 시장을 찾아와 영입을 시도했다. 노 전 대통령은 "홍 검사! 그렇게 살면 안 돼요!"라며 설득했다고 알려졌다.

홍 시장은 "하와이는 놀러 온 게 아니고 대선을 피해 잠시 망명 온 것"이라며 대선 끝나면 돌아가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누군가 이번에 대통령이 되면 이 몹쓸 정치판을 대대적으로 청소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홍 시장은 자신이 보수 진영의 아웃사이더라고 언급했다.
홍 시장은 "다섯 번의 국회의원은 당의 도움 아닌 내 힘으로 당선됐다"면서 "두 번의 경남지사는 친박들의 집요한 견제와 음해 속에 내 힘으로 경선에서 이겼고 한 번의 대구시장도 당의 집요한 방해 속에 터무니없는 15% 페널티를 받고 경선에서 이겼다"고 말했다.

또한 홍 시장은 "박근혜 탄핵 이후 궤멸한 당을 내가 되살렸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3년 전 윤석열에게 민심에서 압승하고 당심에서 참패했을 때 탈당하려고 했으나 마지막 도전을 위해 보류했었는데 이번 경선에서도 사기 경선하는 것을 보고 내 청춘을 묻은 그 당을 떠났다"고 덧붙였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