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이 미국무역대표부(USTR) 제이미슨 그리어(Jamieson Greer) 대표와 16일 만나 포즈를 취하고 있다. HD현대 제공
16일 오후 제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통상장관회의 현장에서 한화오션 김희철 대표(왼쪽)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화오션 제공
[파이낸셜뉴스] HD현대와 한화오션이 미국과 조선업 협력 의지를 보였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와 한화오션은 방한 중인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각각 만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번 면담은 미국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향후 이어질 한미 고위급 통상 협의에서 한국 조선업이 합의를 이끌 '키'로 다시 한번 부상하는 데 힘을 싣게 됐다.
정기선 HD현대 수석부회장은 HD현대중공업과 '함정 동맹'을 맺은 미국 방산 조선사 헌팅턴 잉걸스사 간의 협력 사례를 그리어 대표에게 소개했다. 공동 기술 개발, 선박 건조 협력, 기술 인력 양성 등의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제시하며 양국 간 조선산업 협력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미국 내 중국산 항만 크레인(안벽 컨테이너 크레인)의 독점적 공급 문제와 관련해서는 HD현대 계열사인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제조 역량이 있는 점을 소개하며 공급망 확대를 위한 협력 강화도 제안했다.
현재 미국 항만에서 쓰이는 컨테이너 크레인의 약 80%는 중국 제품인데, 미국은 중국산 크레인이 국가 안보에 잠재적인 위협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로 점유율을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5년 간 200억달러(약 27조원)를 들여 항만 크레인 교체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한미 조선 협력이 강화되면 항만 크레인도 협력 아이템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정 수석부회장은 "HD현대는 미국의 조선산업 재건 의지와 노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며 "이를 위한 모든 준비를 한 만큼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기꺼이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철 한화오션 대표이사는 미국 내 조선 생산 기반 확대와 기술 이전 방향을 중심으로 공급망 안정과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한화오션의 전략을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거제 사업장의 스마트 생산 시스템을 지난해 말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에 적용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현지에서도 높은 수준의 선박 건조 기술과 생산성을 구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또 다양한 수요와 장기적인 생산 역량 확보를 고려해 미국 내 추가 생산 거점 설립도 검토 중이다.
이번 논의에서는 조선산업 공급망 재편과 관련한 미국 정부의 정책 방향성과 이에 대한 기업 차원의 대응 방향 및 협력 의지도 공유했다.
김 대표이사는 "한화오션은 기술 이전과 생산 기반 구축을 넘어 미국 조선산업의 재도약을 함께 실현해 나가는 전략적 파트너가 되고자 한다"며 "검증된 기술과 스마트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미국 현지에서도 실질적인 협력 성과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ggg@fnnews.com 강구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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