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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중 상하이에 R&D센터 추진" FT…"GPU 설계도는 안 보내"

[파이낸셜뉴스]
"엔비디아, 중 상하이에 R&D센터 추진" FT…"GPU 설계도는 안 보내"
젠슨 황(오른쪽)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16일 대만 타이베이에서 식사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엔비디아가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 연합


엔비디아가 중국 상하이에 연구개발(R&D) 센터를 추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통제 영향에서 벗어나 엔비디아가 중국에서 개발한 반도체로 중국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FT는 소식통 2명을 인용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달 상하이에서 공정 시장을 만나 이 같은 계획을 논의했다고 보도했다.

엔비디아는 이미 상하이에서 새로운 사무실을 임대했다. 기존 약 2000명 직원 외에 추가 R&D 인력을 수용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상하이 인력은 대부분 영업 관련 인력이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상하이 R&D센터는 중곡 고객사들의 특별한 수요에 부응해 관련 그래픽반도체(GPU)를 개발하는 한편 미국의 수출 통제 기준도 충족하는 복잡한 임무를 맡게 된다.

그러나 상하이 센터에서 개발이 이뤄져도 핵심 설계와 생산은 여전히 중국 이외 지역에서 진행할 계획이다. 지적재산권 중국 이전을 둘러싼 법적 민감성을 고려한 조처다.

엔비디아는 “수출 통제에 부합하기 위한 설계 변경을 이유로 중국에 GPU 설계도를 보내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하이 R&D센터 팀은 중국 수요에만 특화되지는 않는다.

이들은 반도체 설계 유효성 입증, 기존 제품 최적화, 자율주행과 같은 특정 분야에 초점을 맞춘 반도체 개발 등 글로벌 R&D 프로젝트에도 참여한다.

황 CEO는 상하이 R&D센터를 통해 엔비디아가 중국의 최고 수준 인공지능(AI) 인재들을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재 엔비디아는 구인 광고도 냈다.

상하이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차세대 딥러닝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개발을 이끄는 데”도움이 될 엔지니어들과 맞춤형 반도체인 ASIC 개발자들 구인에 나섰다. 엔비디아는 “국제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ASIC 설계와 최적화” 인력을 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상하이 시 정부가 엔비디아의 R&D센터를 지원하기로 한 가운데 엔비디아는 미 행정부 승인을 받기 위해 현재 로비 중이라고 한 소식통은 전했다.

엔비디아의 상하이 R&D센터는 엔비디아의 최대 해외 시장 가운데 한 곳인 중국에서 계속해서 선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한 포석이다.

엔비디아는 미 행정부가 대중 첨단 AI 반도체 수출을 통제하자 중국 시장에서 토종 업체들의 추격을 받고 있다. 미국이 블랙리스트에 올린 화웨이가 그 선두주자로 엔비디아의 이전 세대 AI 반도체인 A100 성능을 웃돈다고 자평하는 AI 반도체 어센드를 개발했다.

엔비디아는 가만히 있다가는 중국 토종업체들에 중 AI 생태계를 헌납해야 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

중국은 엔비디아가 놓칠 수 없는 시장이다.

지난해 매출이 약 170억달러로 엔비디아 총매출의 약 14% 수준으로 비중이 낮아지기는 했지만 황 CEO는 중국 시장이 수년 안에 50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황은 지난주 밀컨연구소 행사에서 “우리는 미 표준이 전세계 AI의 표준이 되도록 하고자 한다”면서 “만약 한 시장을 통째로 방기하면 누군가 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렇게 방기한 중국 시장에 뛰어들 가장 유력한 주자로 화웨이를 꼽고 “화웨이는 매우 가공할 업체로…(이 시장에) 뛰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 등 중국 AI 업체들은 현재 지정학 전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재설계된 고급 반도체를 제공할 수 있을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게 안되면 엔비디아의 소프트웨어 시스템인 쿠다(CUDA)를 버리고 아예 중국 토종 반도체 생태계로 갈아타야 하기 때문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