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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이상 흡연자, 소세포폐암 위험 비흡연자보다 54배 높아”

건강보험연구원 "유전요인보다 흡연 영향 절대적"

“30년 이상 흡연자, 소세포폐암 위험 비흡연자보다 54배 높아”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파이낸셜뉴스] 폐암과 후두암 발병의 유전 요인과 흡연의 상관성을 정량적으로 비교 분석한 결과 흡연이 유전보다 압도적으로 암 발병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연구원은 18일 2004~2013년 민간검진센터를 이용한 국민 13만7000여명의 건강검진, 유전 정보, 암 등록 자료 등을 통합 분석해 2020년까지 추적 관찰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8일 밝혔다.

건보공단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지선하 교수팀과의 공동연구를 통해 “30년 이상, 하루 한 갑 기준 20년 이상 흡연한 사람은 비흡연자에 비해 소세포폐암 발생 위험이 무려 54.49배에 달하며 해당 암 발병의 98.2%는 흡연이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특히 암 발생 위험도를 예측하는 ‘유전위험점수(PRS)’를 활용해 흡연과 유전의 영향을 분리해 정밀 분석했다.

결과적으로 유전요인이 폐암에 미치는 영향은 전체 폐암과 편평세포폐암에 한해 각각 0.7%, 0.4%에 불과했으며, 후두암이나 소세포폐암에는 유의미한 영향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장기간의 흡연력은 소세포폐암의 98.2%, 편평세포폐암의 86.2%, 편평세포후두암의 88%가 흡연에 기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엄상원 삼성서울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은 체세포 돌연변이에 의해 발병하며, 후천적 요인인 흡연의 기여가 크다는 기존 학설을 이번 연구가 구체적인 수치로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선미 건강보험연구원 건강보험정책연구실장은 “이번 연구는 흡연과 암 발병의 인과성을 유전요인과 분리해 분석한 첫 사례”라며 “담배 소송에서 법원이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공단이 패소한 사례도 있지만, 앞으로 빅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증거로 흡연의 유해성을 지속 입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를 상대로 진행 중인 500억 원대 손해배상 소송의 핵심 근거 자료로도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