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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공정위, '해상운임 담합' 제재 가능"

공정위 과징금 처분 불복 소송
2심 "공정위 규제 권한 없다"…대법서 파기환송

대법 "공정위, '해상운임 담합' 제재 가능"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가 외국 국적 선사의 해상운임 담합 행위에 대해 규제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서 서울고법은 공정위에 규제 권한이 없다고 판단했는데, 이를 뒤집은 것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대만 선사 에버그린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2022년 에버그린을 포함한 국내외 23개 해운회사에 공동행위를 금지하는 시정명령과 함께 총 964억여원의 과징금 납부를 명령했다. 에버그린에는 약 34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이들 회사는 2003년 12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한국-동남아 항로에서 해운동맹을 위한 단체 내 회의를 통해 120차례에 걸쳐 해상운임을 담합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처분에 반발한 에버그린은 소송을 제기했다. 에버그린 측은 해운법상 정당한 행위를 했고, 설령 경쟁법적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규제 권한은 공정위가 아닌 해양수산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은 에버그린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해운법 제29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외항 정기 화물운송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해수부 장관만이 배타적 규제권한을 가진다 할 것이고, 공정위에는 이를 규제할 권한이 없다"며 "원고의 공동행위 가담 여부, 공동행위의 경쟁제한성 내지 부당성 등에 관해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공정거래법의 입법 취지와 개정 경과, 공정거래법 적용 제외를 명시한 특별법령의 존재 등에 비춰 볼 때, 공정거래법은 국민경제 전반에 걸쳐 헌법상 요구되는 사회적 시장경제질서를 구현하기 위한 법률"이라며 "다른 법률에 특별한 정함이 없는 이상 모든 산업분야에 적용돼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해운법은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에 관한 공동행위를 제한 없이 허용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행위가 부당하게 경쟁을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허용하고 있다"며 "적어도 외항 정기 화물운송사업자들의 운임 등에 관한 공동행위 중 '신고되지 않은 공동행위'에 대해서는 해운법과 공정거래법 사이에 모순·저촉이 있다고 보기 어려우며, 해수부 장관과 공정위가 모두 규제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다른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에버그린과 함께 과징금 처분을 받은 해운사들도 서울고법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로, 서울고법은 다수 재판의 기일을 추정(추후지정)하고 대법원 결과를 기다렸다.

한편 공정위 처분은 1심 판단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불복 소송은 2심제(고등법원→대법원)로 진행된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