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Aaa→Aa1로 한단계 낮춰
S&P·피치에 이어 2등급으로 강등
백악관 "바이든이 초래한 난장판"
전쟁·관세에 투자 심리 악화 전망
시장 반영 미미·폭락 촉매 의견차
주요 3대 신용평가사가 측정한 미국의 신용등급이 16일(현지시간) 전부 2등급으로 밀리면서 미국 정·재계가 술렁이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강등의 여파가 예전만 못하다는 주장과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이 엇갈렸다. 재정 적자에 고민인 트럼프 정부는 신용평가사를 비난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16일 미국의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한 단계 낮춰 2번째 등급인 'Aa1'로 조정했다. 다른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와 피치는 각각 2011년, 2023년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2등급으로 강등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7일 보도에서 S&P가 2011년 8월에 미국의 신용등급을 처음으로 강등했을 당시 미국 증시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큰 일일 낙폭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FT는 미국 장이 열리는 19일에도 폭락이 반복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봤다.
FT는 국제결제은행(BIS)의 국채 관련 위험 평가 규범을 인용해 각국 은행들이 국채의 위험도를 평가할 때 최상위 1~2등급에 차이를 두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또한 영국 바클레이스 은행은 16일 보고서에서 이번 등급 하향이 "담보물 측면에서 영향이 없다"면서 미국 금융당국이 담보물 평가에서 미국 국채의 신용도를 구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 투자사 라운드힐 인베스트먼트의 데이브 마자 최고경영자(CEO)는 "무디스가 마침내 공식화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며 2011년 S&P 사례만큼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는다고 내다봤다. 무디스는 지난해 11월 전망에서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추며 강등을 암시했다.
다만 최근 국제 분쟁과 관세 전쟁으로 가뜩이나 위축된 시장 내 투자 심리가 이번 강등으로 더욱 악화될 수도 있다. 미국 헤지펀드 톨루 캐피털매니지먼트의 스펜서 하키미안 CEO는 "무디스의 등급 하향은 오랜 기간 이어져 온 미국의 재정적 무책임의 연장선에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궁극적으로 미국의 공공 부문은 물론 민간 부문에 더 높은 차입 비용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투자사 스튜어드 파트너스의 에릭 베일리 전무이사는 "증시는 미중 무역전쟁 휴전 이후 랠리를 거듭해 거의 천장에 도달했다"며 "무디스의 신용등급 강등은 펀드매니저들의 차익 실현을 촉진해 시장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발표는 정계에서 보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미국 백악관의 쿠시 데사이 백악관 부대변인은 16일 e메일 성명에서 현 정부가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초래한 난장판을 해결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사이는 "무디스에 신뢰성이 있었다면 지난 4년간 재정적 재앙이 전개되는 동안 침묵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같은날 백악관의 스티븐 청 공보국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무디스 산하 시장조사업체인 무디스 애널리틱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비난했다. 청은 "잔디는 2016년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반대한 인물"이라며 "그의 분석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무디스 애널리틱스는 이번 신용평가를 수행한 무디스 레이팅스와는 다른 계열사다.
무디스는 16일 강등 이유에 대해 미국의 부채가 36조달러(약 5경418조원)를 넘어섰으며 트럼프 정부 및 공화당의 감세안이 이를 더욱 악화시킨다고 전망했다. 공화당은 16일 트럼프의 감세안이 포함된 세제 법안을 하원 예산위원회에서 표결에 부쳤으나 당내 반란표로 1차 관문을 넘지 못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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