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의무자 소재불명 다반사
고의로 연락 끊고 잠적 잦아
"집행시간 빠듯" 지적 이어져
생계 영향주는 운전면허 정지 등
행정제재 일부 효과, 모르쇠 여전
'양육비 선지급제' 통해 해소 기대
#. A씨는 지난 2021년 8월 과거 양육비 7000만원과 매달 30만원씩 지급하라는 법원 명령을 이행하지 않아 감치 10일을 선고받았다. 이후에도 1년 넘게 양육비를 주지 않았던 그는 지난해 12월 1심에서 징역 6개월의 처벌을 받았다. '감치 결정문을 송달받지 못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B씨도 마찬가지다. 금액만 다를 뿐 양육비 미지급으로 감치명령을 받은 뒤에도 버티다 징역형 집행유예에 처해졌다.
양육비에 대한 사법부의 지시를 무시하는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형사처벌을 받은 뒤에도 여전히 지급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양육비 미이행 감치제도의 또 다른 문제는 감치명령의 유효기간이 짧다는 점이다. 통상 가정법원은 감치 결정 기일에 법정 출석한 피감치자들에게 위반 내용과 감치 기간·장소 등을 설명한 뒤 감치명령을 선고한다.
그러나 감치명령의 유효기간은 선고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불과하다. 만약 이 기간 내 피감치자가 법원에 자발적으로 출석하지 않을 경우 경찰을 통한 구인 절차가 필요하다. 다만 송달 회피나 잠적 사례가 많아 집행이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가정법원 관계자는 "당사자가 법원에 출석하면 바로 집행되기도 하지만, 불출석 시에는 집행이 제대로 안 됐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무법인YK의 곽윤서 가사사건 전문 변호사는 "채무자인 양육비 지급의무자의 소재 자체를 모르는 경우도 꽤 있고, 고의로 연락을 끊거나 잠적해버리면 집행기간 제한도 있어서 감치 집행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명단 공개,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같은 행정제재는 법원의 감치명령 없이도 가능한 조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출국금지 요청 655건, 운전면허 정지 요청 266건, 명단 공개 26건 등 총 947건의 제재를 시행했다고 밝혔다.
생계유지 수단인 운전면허 정지와 같은 일부 제재는 일정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출국금지나 면허정지는 양육비 지급을 해야만 해제를 해주기 때문에 일부 대상자는 불편해서 내는 경우들이 더러 있다"며 "제재 대상자가 늘고 있어서 효과가 점차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도 명확하다. 운전을 하지 않거나 출국 계획이 없으면 효과가 없다. 명단 공개 역시 일시적인 낙인에 그친다는 평가가 있다. 박성태 변호사는 "핵심은 결국 양육비를 실질적으로 받게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도 이러한 문제를 인식하고, 오는 7월부터 '양육비 선지급제'를 시행하기로 했다. 양육비이행관리원이 3개월 이상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 가정에 자녀 1인당 월 20만원을 먼저 지급하고, 이후 비양육친에게 금액을 회수하는 방식이다. 지원금은 자녀가 성년이 될 때까지 지급된다.
하지만 △선지급금이 다소 소액인 점 △3개월 이상 받지 못했다는 단서가 달린 점 △양육비 미지급은 장기 미이행자가 많은 점 등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행관리원 관계자는 "지급 과정과 회수 절차 모두 큰 틀에서 준비돼 있고, 무리 없이 시행할 예정"이라며 "회수 절차는 일단 국세 강제징수 방식으로 진행하고 향후 더 보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련 예산에 대해서는 "올해 7월부터 12월까지는 확보됐고 내년도분은 추가적으로 요구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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