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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의 달라진 중동 정책에 밀려난 절친 네타야후 이스라엘 총리

걸프지역 부유한 산유국과 협력 강화하며 이스라엘은 뒷전으로 밀려

트럼프의 달라진 중동 정책에 밀려난 절친 네타야후 이스라엘 총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걸프 방문의 마지막 목적지인 카스르 알 와탄에서 열린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중동 정책이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특히 1기 때 이스라엘 우선 정책에서 걸프지역 부유한 산유국과 협력을 강화하면서 이스라엘은 뒷전으로 밀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의 첫 해외 순방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 등 중동 3개국을 선정하면서 중동에서 가장 중요한 전통적 우방인 이스라엘을 뺐다. 이스라엘의 벤냐민 네타야후 총리가 이란과 하마스 등에 강경 입장을 고수하자 트럼프가 이스라엘 패싱을 시작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8일(이하 현지시간)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중동 정책이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분명히 주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트럼프가 이번 중동 순방 기간인 지난 14일 사우디아라비아 왕궁에서 시리아의 아흐메드 알샤라 임시 대통령과 만나 제재 해제를 약속했다. 이는 중동 외교에서 이스라엘을 제쳐두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였다.

네타야후는 트럼프 대통령의 20여년 넘은 절친으로 트럼프가 지난 2005년 1월 22일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베데스다바이더시 성공회 성당에서 슬로베니아 출신 모델 멜라니아와 결혼식을 올릴 때에도 참석했었다.

알샤라는 한때 알카에다와 연루됐던 인물이지만 트럼프는 이전 정부 당시 부과됐던 제재를 해제하면서 “시리아에 위대한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2005년 트럼프 결혼식까지 참석했던 네타야후 이스라엘 총리 뒷전으로 밀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알샤라를 지하디스트라고 부르며 그가 지난해 12월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축출한 후에도 수백 차례 시리아를 폭격한 것과 대비된다.

트럼프가 7일 예멘 후티 반군과 돌연 휴전을 선언한 것도 이스라엘을 놀라게 했다. 게다가 이스라엘을 통하지 않고 하마스와 단독으로 접촉해 가자지구에 있는 생존한 마지막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를 석방했다.

트럼프가 중동 순방 기간 내내 이란 핵 시설에 대한 군사력 사용을 피할 수 있는 합의를 원한다는 의사를 거듭 천명한 것도 네타냐후의 생각과는 정반대였다. 그는 이란에 대한 군사 공격을 지원하거나 심지어 참여할 것을 고집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미국의 중동 정책에서 중심적 위치를 차지하고 네타냐후는 20년 동안 집권하며 핵심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제 트럼프의 중동 정책이 크게 달라지면서 미국 외교 순위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전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 이타마르 라비노비치는 “트럼프의 이번 중동 순방은 관심과 인식을 주로 돈이 있는 걸프 지역으로 돌리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 지구 전쟁 해결을 위해 네타냐후 총리와 협력하는데 대한 관심을 크게 잃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와 하마스가 입장을 고수해 절망적인 교착 상태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공습이 아사드 정권이 남긴 무기를 파괴하는 것이라고 명분을 내세우지만 트럼프는 알샤라 임시대통령의 변화의 약속을 지지하며 그에게 절실히 필요한 경제적 생명줄을 주기 위해 제재를 해제했다.

이스라엘 배제하고 후티 반군과 휴전·하마스와 미국인 인질 석방 진행·시리아 제재 해제

트럼프의 달라진 중동 정책에 밀려난 절친 네타야후 이스라엘 총리
아랍에미리트(UAE) 어린이들이 15일(현지 시간) 아부다비의 카사르 알와탄 대통령궁 국빈 만찬장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을 기다리며 양국 국기를 흔들고 있다. AP 뉴시스

이스라엘 언론들은 “백악관이 네타냐후에 대한 피로감을 드러냈다” “트럼프의 중동 순방 기간 네타냐후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더 이상 이스라엘을 중동의 필수불가결한 국가나 독재 정권의 바다 속의 유일한 민주주의 국가로 대하지 않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사우디아라비아 수교를 원하지만 가자지구 전쟁이 계속되는 한 어렵다고 보고 걸프 지역의 부유한 아랍 국가들과 사업 거래에 집중했다.

트럼프 대통령 걸프 국가 지도자와 만나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새로운 미래를 설계하는 동안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를 맹폭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가자지구의 기아 위협을 인정했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트럼프와 네타야후의 외교 정책에 큰 이견 생기며 거리 멀어져


트럼프가 이스라엘 주변 중동 국가들을 순방하는 동안 트럼프와 네타냐후의 초점이 다른 만큼 양국의 외교 정책은 거리가 생기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이다.

물론 미국이 이스라엘과의 전통적 관계를 포기하거나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중단할 징후는 없다.
하지만 이번 순방에서 이스라엘, 특히 네타냐후가 미국 외교 정책에서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예루살렘으로 대사관 옮기며 유대 과시한 1기와도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집권 1기 첫 순방으로 역시 중동을 왔을 때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이전한다고 발표하면서 네타냐후와의 연대를 강조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