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23구 내 대형 오피스 장기 공실 면적
하루미·토요스 등 신흥 재개발 지역에 공실 집중
전통 업무지구 마루노우치 일대는 공실률 제로 양극화
도쿄 시내 전경. 연합뉴스
【도쿄=김경민 특파원】 도쿄 도심의 대형 오피스 빌딩에서 '공실 쇼크'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에서 출근 체제로의 회귀가 이뤄지고 있지만 잇따른 재개발로 인해 공급이 크게 늘면서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 공실 12배 급증, 임대 시장 불균형 심화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최근 1년 이상 공실률 20%를 넘긴 도쿄 내 대형 오피스의 공실 면적을 집계한 결과, 지난해 공실 면적이 3년 전보다 약 12배나 늘어났다고 19일 보도했다.
오피스 빌딩 연구기관인 자이맥스 종합연구소는 도쿄 23구 내에서 연면적이 1만6500㎡를 초과하는 대형 임대 오피스 가운데 1년 이상 공실률 20%를 웃도는 장기 공실 빌딩을 별도로 분류해 조사했다. 그 결과 2024년 장기 공실의 연평균 면적은 약 18만5000㎡로, 2021년 대비 12배 증가했다. 빌딩 수로도 7배 늘어난 16.6개 동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동일본 대지진 직후였던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통상 오피스 시장에서 공실률이 5%를 넘으면 공급 과잉으로 판단된다. 도쿄 23구의 전체 공실률은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확산됐던 시기 7%를 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출근 회귀 흐름 속에 3% 초반대로 내려앉았다.
전체 시장에서는 공실률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대형 오피스에만 장기 공실이 집중되는 이유는 재개발 물량이 대거 쏟아졌기 때문이다. 자이맥스는 올해 말 기준 도쿄 23구 내 대형 오피스의 전체 임대면적이 약 2400만㎡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4년 말 대비 약 20% 가까이 뛴 수치다.
자이맥스는 "2010년대까지만 해도 대형 오피스 시장이 작아 새 빌딩이 지어지면 바로 입주가 이뤄졌다"며 "하지만 공급이 급격히 늘면서 일부 지역은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 오다이바 전경. 연합뉴스
도쿄만에 공실 집중, 도쿄역 앞은 '제로'
장기 공실 빌딩이 집중된 지역은 도쿄만을 낀 동부 재개발지 일대다. 지난 1월 시점 기준 장기 공실 면적의 35%는 '하루미·가치도키·쓰키시마' 지역, 26%는 '토요스·아리아케·다쓰미' 지역에 몰려 있다. 이들 지역은 도쿄올림픽 전후로 대규모 오피스 공급이 있었지만 교통 접근성과 상권, 입주 수요 면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도쿄역 인근인 '오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 지역은 장기 공실 빌딩이 한 채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지역은 일본 최대의 비즈니스 중심지로 교통 접근성이 뛰어나고 기업 수요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재개발도 점진적으로 이뤄져 공급이 시장 수요를 초과하지 않은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전통적 업무지구는 여전히 수요가 많지만 신규 재개발지의 경우 교통망 미비나 인근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입주가 지연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당분간 이 같은 공실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 초과 상태에서 임대료를 유지하려는 기존 소유주와 입주를 꺼리는 기업 간의 간극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기 공실 빌딩 대부분이 임대료를 대폭 인하하지 않은 채 장기간 공실 상태로 유지되고 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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