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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자본잠식 빠진 'KDB생명' 산은 자본확충 나선다

사실상 자본잠식 빠진 'KDB생명' 산은 자본확충 나선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사실상 자본잠식상태에 빠진 KDB생명에 대해 한국산업은행이 자본확충에 나선다. 금융당국은 KDB생명에 대한 자본확충계획을 받아보는 한편 KDB생명의 자본건전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해 자본건전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한국산업은행이 대주주라는 점에서 자본확충 문제가 크지 않아 부실금융기관 지정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KDB생명에 대한 자본확충을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KDB생명의 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계획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KDB생명이 산업은행의 100% 자회사이기 때문에 유상증자가 어려운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현재 이와 관련된 컨설팅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이 자본확충에 나선 이유는 KDB생명이 사실상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KDB생명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와 경영공시에 따르면 KDB생명의 총자산은 2022년 18조8519억원에서 지난해 17조7642억원으로 5.7%(1조877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총부채는 16조4416억원에서 17조7029억원으로 7.6%(1조2613억원) 증가했다.

총자산에서 총부채를 뺀 자본총계(자기자본)는 2022년 2조4103억원에서 2023년 3856억원으로 급감한 뒤 지난해 613억원까지 줄었다. KDB생명 자본금이 498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자본잠식률은 87.7%다.

KDB생명의 자기자본 613억원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이 2410억원이다. 신종자본증권은 회계상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지만 앞으로 갚아야 할 부채다. 신종자본증권을 제외하면 KDB생명의 실질 자기자본은 -1797억원이다. 사실상 완전자본잠식 상태라고 보는 이유다.

KDB생명의 자본잠식은 금리인하로 인해 기타포괄손익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타포괄손익에서 마이너스가 크게 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DB생명의 지난해 기타포괄손익누적액은 -1조1608억원으로 전년(-5120억원) 대비 2배 이상 감소폭이 커졌다.

KDB생명이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려면 6000억원 가량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KDB생명의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재매각에 나설 계획이었던 산은으로서는 상당한 자금부담이 예상된다. 산은이 현재까지 KDB생명에 투입한 자금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산은은 지난 2010년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 조정 과정에서 금호생명을 인수해 KDB생명으로 사명을 바꿨다. 이후 2014년부터 새 주인 찾기에 나섰으나 번번이 실패했다. KDB생명 건전성이 매각에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결국 산은은 지난 3월 KDB생명 주식 76.19%를 확보하며 자회사로 편입했다.

한편 KDB생명의 보험금 지급 등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KDB생명의 지급여력비율(킥스)은 지난해 말 기준 경과조치 적용 후 158.2%로 금융 당국 권고치(150%)를 소폭 웃돈다. KDB생명 관계자는 "올해 1·4분기 잠정치 역시 금융 당국 권고치를 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