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정리 추진 사업장 123곳
당국, 1조5천억 규모 펀드 조성
"상반기 안에 매각 마무리할 것"
경기 침체에 매수자 찾기 '관건'
저축은행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사업장 정리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4차 공동펀드를 1조5000억원 규모로 조성해 상반기 내 정리를 완료하겠다는 계획이다.
19일 PF 정보공개 플랫폼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금융권에서 매각을 추진 중인 부동산 PF 사업장은 총 395개다. 매물 수는 올해 1월 195개에서 2월 369개, 3월 384개 등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이 가운데 저축은행업권의 사업장은 총 123곳에 이른다.
가장 사업장이 많은 저축은행은 한국투자저축은행으로, 총 20곳이 등록돼 있다. 지난 1월 말 17곳의 사업장을 매물로 올린 이후 추가로 등록했다. OK저축은행(13곳), 웰컴저축은행(10곳), 하나저축은행·다올저축은행(5곳) 등 순으로 많다.
저축은행업계가 정보공개 플랫폼에 사업장을 올리며 PF 정리에 나서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대표적으로 OK저축은행의 사업장 13곳 가운데 6곳은 아직 입찰을 시작도 하지 못했다. 다올저축은행도 마찬가지다. 사업장 5곳 중 입찰을 시작한 사업장이 전무한 형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에 정보가 공개돼도 매수자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매수자가 생겨도 매도자와 가격에 대한 이견이 좁혀지지 않으면서 정리가 지연되고 있다. 실제 OK저축은행 사업장의 경우 경·공매가 진행되면서 최저 입찰가가 감정평가액의 50% 가까이 떨어진 곳도 나왔다. 모든 사업장의 입찰이 시작된 한국투자저축은행도 사업장 대부분이 최저 입찰가가 감정평가액 한참 밑으로 떨어졌다.
사업장 정리가 지연되자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현장검사에 돌입하며 압박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OK저축은행을 시작으로 하반기까지 총 10여곳에 대한 현장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검사를 통해 부실 정리와 충당금 적립 등 건전성 및 리스크 관리 전반을 살펴볼 계획이다. 앞서 당국은 저축은행에 부동산 PF 부실 자산을 올 상반기 내에 정리하라는 지침을 내리기도 했다.
업계는 다음달 4차 공동펀드를 조성해 부실 PF 채권 매각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3차 펀드가 목표액 5000억원에서 2000억원에 그친 만큼 이번에 조성되는 펀드 규모에 따라 PF 정리의 판가름이 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저축은행중앙회는 지난해 1월(330억원)과 6월(5000억원), 올해 3월(2000억원) 등 세 차례에 걸쳐 정상화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금리인하로 부동산 시장이 나아지면 PF 정리도 속도가 날 것으로 기대 중이지만 아직 외부 인식을 봤을 땐 입찰가가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분위기라 언제 정리가 될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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