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박문화예방치유원 '유일'
2022년 청소년 1460명 다녀가
지난해 4144명… 3배가량 늘어
"한 곳에서 대응 역부족" 지적
5년째 그대로인 예산 증액 필요
#. 고등학생 A군(17)은 중학교 3학년 때 친구들을 따라 불법 온라인 도박에 처음 손을 댔다. 한때 160만원을 벌기도 하면서 재미는 고조됐다. 하지만 결국 2000만원 넘게 잃고 1600만원의 빚을 지는 지경에 이르렀다. 또 인간관계가 악화되고 정서적 불안과 우울 등이 이어져 학교 자퇴까지 했다. 그런데도 아직 대부분의 시간을 PC방에서 보내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하고 있다. 마땅히 치료를 받을 곳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불법 도박이 기승을 부리면서 중독자도 청소년 등으로 갈수록 확대되고 있지만, 정작 국가 치유 시스템은 여전히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사회 전체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개입과 제도 정비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본지가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 상반기까지 도박으로 진료를 받은 인원은 총 1만2418명으로 집계됐다.
진료 인원은 2021년 처음으로 2000명을 넘어선 뒤 2023년 2700명을 돌파했다.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000명이 넘는 인원이 진료를 받았다. 경찰에 적발된 후 상담 의뢰를 받은 인원도 급증했다. 2023년 180명에서 2024년 2086명으로 1058.9% 폭증했다.
청소년 도박 중독 역시 빠르게 확산 중이다. 김 의원실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치유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청소년 이용 인원은 2022년 1460명에서 2024년 4144명으로 183.9% 급증했다. 전체 이용 인원이 같은 기간 2만2379명에서 2만3234명으로 3.8% 늘어난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이런 도박 중독자를 치유하는 곳은 국내에서 치유원이 사실상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있으나 마약, 알코올 등 다양한 중독을 함께 다루고 있어 도박 치유 전문성이 떨어진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마저도 두 기관의 소관 부처가 달라, 행정 구조가 비효율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치유원은 문화체육관광부, 중독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 소속이다.
최삼욱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는 "사행사업의 진흥을 이끄는 문체부 산하에 도박 중독 예방과 치료를 담당하는 치유원을 두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복지부에 도박중독과 관련된 전문 인력을 배치하고 예산을 늘려 치료의 관점에서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치유원의 예산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불법 도박 중독자가 증가하고 있어도 치유원 예산은 5년째 제자리다.
강준혁 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는 "현재 치유원 예산으로 도박 중독자를 모두 대응하기에는 부족한 상황"며 "불법 도박장과 온라인 불법 사이트 운영자로부터 몰수, 추징한 돈을 치유원에 활용할 수 있도록 법을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는 불법 도박의 규모가 점차 늘어난다는 점이다. 도박 중독자의 동반 증가세를 예상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와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불법 도박 산업 규모는 2022년 102조7236억원으로 기록됐다. 3년 전 81조5000억원에서 26% 증가한 수준이다.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해 말에는 더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조사는 3년마다 이뤄진다.
치료, 실직 등 사회적 비용도 2021년 이미 107조원에 달했다. 이민규 경상국립대 심리학과 교수는 "불법 도박에 참여하는 사람들에게 도박 중독의 폐해를 알리고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는 지역사회 차원의 홍보와 예방 교육 활성화가 필요하다"며 "불법 도박 재발 방지를 위해 강력한 사회적 규제와 수사기관의 적극적 단속이 병행돼야 한다"고 전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박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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