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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식생활 변화 속 영양 불균형 심화…‘우유급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청소년 식생활 변화 속 영양 불균형 심화…‘우유급식’이 다시 주목받는 이유

청소년의 식생활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다. 간편식 위주 소비, 자극적인 음료의 확산 속에서 우유는 점차 멀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건강 불균형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성장기 필수 영양소인 칼슘의 섭취 부족은 체력 저하와 면역력 약화, 장기적인 건강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이 편의점에서 주로 구매하는 즉석섭취식품의 평균 나트륨 함량은 794mg에 달했으며, 에너지음료 한 캔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당류 섭취량의 약 70%에 해당하는 평균 35g의 당이 포함되어 있었다.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도 크게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중·고등학생의 주 3회 이상 고카페인 음료 섭취율은 2015년 3.3%에서 2024년 23.5%까지 치솟았고, 특히 고등학생의 섭취율은 중학생의 약 두 배 수준에 달했다.

이러한 환경 변화 속에서 우유와 같은 균형 잡힌 식품은 외면받고 있다. 2022년 기준, 하루 한 번 이상 우유를 섭취하는 청소년은 5명 중 1명에 불과했으며, 15~18세 청소년의 칼슘 섭취 충족률은 61.3%로 전체 평균보다 낮았다. 칼슘은 뼈 형성뿐 아니라 근육 기능, 신경전달, 인지 기능에도 관여하는 필수 영양소로, 성장기 결핍은 성인기 건강으로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특정 개인의 식습관을 넘어, 사회 구조적인 건강 격차로 확산될 수 있다는 점이다. 통계청 국가통계연구원이 발간한 ‘한국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 이행현황 2025’에 따르면, 2023년 기준 12~18세 청소년의 영양섭취 부족자 비율은 27.5%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우유 섭취의 기회를 제공하는 ‘학교우유급식’ 제도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1980년부터 시행되어 온 학교우유급식은 성장기 학생의 영양 불균형을 보완하는 제도로 기능해왔지만, 최근 참여율은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2017년 51.5%였던 참여율은 2023년 33.9%까지 떨어졌으며, 특히 중·고등학교에서는 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는 행정적 부담, 제도적 미비, 가정의 관심 부족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일부에서는 우유급식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제기되지만, 우리나라는 EU, 미국, 일본과 달리 학교급식과 우유급식이 분리되어 있어,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시행 여부가 결정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일부 지자체들은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시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에 우유를 포함해 전면 실시하고 있으며, 전라남도는 조례를 통해 무상 우유급식을 운영 중이다.
강원도 정선군과 경북 울진군 역시 전 학년을 대상으로 한 무상 우유급식을 시행해 주목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기의 식습관 형성이 향후 평생 건강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유급식을 포함한 영양 환경 개선이 단순한 급식 정책을 넘어 국가적 과제로 접근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유는 단지 음료가 아니라, 청소년 건강을 지탱하는 기초 자원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