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도
S&P500 지수 6거래일째 상승
전문가들 "고용·물가 아직은 양호
새 관세 징수 시간 걸려 두고봐야"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플레전턴의 월마트에 할인 팻말이 걸려 있다. EPA연합뉴스
올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침체된다던 미국 경제가 연일 견실한 성적표를 자랑하면서 걱정이 기우였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관세 전쟁의 여파가 실물 경제에 반영되려면 시간이 걸린다며 일단 6월까지는 기다려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경제 아직 잠잠하지만 관세 위험 여전
지난 1월 취임한 트럼프는 2~4월에 걸쳐 중국 및 세계 각국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품목별 관세, '상호관세' 등 각종 관세를 추가하며 무역 전쟁을 시작했다. 트럼프는 나라 안팎의 우려가 커지자 지난달 상호관세를 90일 동안 부분 유예했고, 이달 12일(현지시간) 발표에서 중국에 부과하던 관세를 상당 부분 취소·유예하기로 했다. 미국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지난달 8일 연초 대비 15% 가까이 떨어졌으나, 이후 트럼프 2기 정부가 관세를 부분적으로 물리자 빠르게 반등했다. S&P500 지수는 13일 연초 하락분을 모두 회복하고 상승세로 돌아섰고, 19일에는 사흘 전 발표된 미국 신용등급 강등 악재에도 불구하고 6거래일 연속으로 올랐다.
관세 때문에 크게 뛴다던 물가도 예상보다 조용했다.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2.3%로 2021년 2월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았다. 지난달 실업률 역시 4.2%로 3월과 같았다. 미국 대표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12일 보고서에서 향후 12개월 안에 미국의 경기 침체 확률이 35%라고 전망했다. 이는 이전 전망치(45%)보다 10%p 내려간 수치다.
그러나 현지 AP통신은 19일 미국 예일대학교 산하 연구기관인 예산연구소를 인용해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어니 테데스키 예산연구소 경제 국장은 "미국의 고용 및 물가 지표가 양호한 것은 좋은 일이다"라며 "하지만 특히 물가와 관련해 다음 달까지 안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산연구소 집계에 따르면 미국의 평균 관세율은 비록 트럼프가 관세를 많이 물렸다고는 하나 현재 17.8% 수준으로 대공황이 한창이던 1934년 이후 가장 높다. 이는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전(2.5%)보다 15%p 넘게 높은 숫자다.
■상호관세, 이르면 6월부터 물가반영
예산연구소는 트럼프가 1기 정부 당시에도 여러 관세 정책을 내놓았지만 실제 관세율 상승폭은 1%p 수준이었다며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예산연구소는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정책으로 미국 내 신발과 의류 가격이 각각 15%, 14%씩 오른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가계당 소비력 감소폭이 평균 2800달러(약 389만원)라고 분석했다. 또한 추가 관세로 미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0.7% 감소하고 실업률은 지금보다 0.4%p 오른다고 내다봤다.
테데스키는 미국 세관에서 새로운 관세를 실제로 징수하는 데 시간이 걸리고, 미국 유통기업들이 추가 관세 시행에 앞서 재고를 미리 수입해 관세 인상의 여파가 늦게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트럼프 1기 정부가 2018년 1월 당시 수입 세탁기에 관세를 추가했으나 그 효과가 같은 해 4월에나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이달 보고서에서 트럼프 1기 정부가 2018~2019년에 추가한 관세가 발효 이후 빨라야 2개월 뒤에 제품 가격에 반영되었다고 평가했다. 연준에 따르면 트럼프가 지난달 시행한 상호관세 효과는 이르면 6월부터 물가에 반영될 수 있다.
수입 원가 상승을 미국 기업에서 상쇄할 수도 있다. 미국 유통사 아마존은 지난달 웹사이트에 표시하는 상품 가격에 관세 효과로 인한 추가 비용을 따로 표시하려 했지만, 트럼프 2기 정부의 직접적인 비난에 이를 철회했다. 미국의 다른 유통 대기업 월마트의 존 데이비드 레이니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5일 인터뷰에서 관세가 "여전히 너무 높다"며 이달이나 다음 달에 가격 인상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17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월마트는 가격 인상을 관세 탓으로 돌리면 안 된다"라며 "소비자에게 어떤 것도 청구하면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 동시에 중국과 월마트가 "관세를 떠안아야 한다"고 으름장을 놨다. AP는 미국 소비자들이 코로나19로 인한 물가 상승을 겪으며 가격에 민감해졌다며,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시 더욱 소비를 꺼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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