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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학생 나날이 늘어나는데… 교육예산은 되레 줄었다

서울시 다문화학생 2만명 돌파
韓 정착 꿈꾸지만 언어장벽 높아
저출생 해법인데 현장은 버거워
시교육청 지원센터도 한곳뿐
2년새 예산 23억 줄어 확대 불가

다문화 학생 나날이 늘어나는데… 교육예산은 되레 줄었다

서울 영등포구 영림초등학교의 서울다문화교육지원센터에서 한국어를 배우고 있는 왕쯔퉁(가명·15)은 아이돌 그룹 '아이들'을 좋아하는 중3 여학생이다. 왕양은 올해 1월 한국에 온 뒤 센터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배우고 있다. 7월 이후에는 국내 중학교에 배정돼 정식 교육을 받을 예정이다. 왕양은 "중국에서 생활하면서도 한류를 접해 한국에 오는 것을 기대했다"며 "앞으로 한국에 있는 대학을 졸업하고 디자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지역 다문화 이주학생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2만명을 넘어섰다. 100명 중 3명이 외국에서 전학 온 학생들이다. 이들에 대한 별도의 교육 체계가 필요하지만, 현재 학교별로 힘이 부치는 상황이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기초단체와 협력해 다문화 학생 교육지원 정책을 오는 10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문화 학생들이 한국에 적응하고, 사회에 진출하면 저출생 문제 해결의 한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교육청 단독으론 한계

20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저출생·고령화 현상이 심화됨에 따라 서울의 전체 학생 수는 감소하고 있지만, 다문화 학생은 오히려 증가 추세다. 서울시 전체 초중고 학생은 2022년 80만9368명에서 2023년 78만7949명, 2024년에는 76만9416명으로 줄었다. 반면 서울 다문화 학생은 2022년 1만9351명에서 2023년 2만173명, 2024년에는 2만1000명으로 늘었다.

외국에서 전학온 학생들은 2014년 이후 10년간 179%나 증가했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불법 체류자라면 무조건 추방하려 했던 법무부가 변화하고 있다"며 "지난 3월 법무부 장관 대행이 불법 체류 학생들도 안정적 체류 환경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로 서울 이태원초등학교를 방문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다문화 학생이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주는 일선 학교에서는 부침이 심하다.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더 힘이 든다. 중도입국 학생이나 외국인 학생은 언어소통이 원활치 않아 곧바로 일반 수업을 받는 게 불가능하다. 왕양처럼 정규학교에 배정되기 전에 센터에서 교육을 받거나, 교육청에서 배정한 학교에 해당 언어 강사를 파견해 한국어를 배운다. 이 과정을 거침으로써 언어장벽을 해결해 국내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남부교육지원청에 다문화교육지원센터를 한 곳 운영 중이다. 센터가 남부에 국한돼 있다 보니 다른 곳에 이주한 학생들에게는 통학이 어렵다. 때문에 시교육청에서는 센터를 추가로 설립하고 싶지만 예산이 문제다. 최근 5년간 다문화 학생 교육 예산은 오히려 감소했다. 2021년 46억8000만원이었던 예산이 2023년 61억4000만원까지 늘었다가 올해는 38억4000만원으로 대폭 줄었다.

■지역사회·대학과 손잡다

일선 현장에 있는 교사들에 따르면 다문화 학생들은 우선 언어가 통하지 않아 수업진행이 안 된다. 그렇다 보니 학생의 학습 능력이 떨어져 학교에 가기 싫어진다는 것. 시교육청 관계자는 "이런 악순환이 지속되면 자칫 비행 청소년이 돼 지역사회에 문제가 될 수도 있다"며 "이는 지자체에게도 굉장한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부터 서울지역 대학은 물론 기초자치단체와 손잡고 전문 인력과 자원을 공유하고, 지속 가능한 다문화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힘을 모으고 있다. 시교육청은 교사들과 전문가들로 구성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정책연구도 준비 중이다. 25개 자치구마다 있는 다문화 가족센터와 연계해 새로운 프로그램을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부터 숙명여대와 동양미래대에 중·고교 다문화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서울형 한국어 예비학교'를 신설했다. 다문화 학생이 학교생활에 안정적으로 적응하도록 돕는 위탁교육기관이다. 이곳에서 한국어 이외에도 수학이나 영어 등 기본적인 수업도 이뤄져 교육받은 시간을 학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