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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억 물려받아도 배우자·자녀 2명 상속세 '0원'

정부, 상속·증여세법 개정안 의결
유산세→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
민주당 반대로 국회 통과 불투명

정부가 75년 만에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면 개편한다. 상속세의 과세기준을 '사망자의 전체 유산'에서 '상속인이 실제 취득한 몫'으로 전환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방식이 도입되면 배우자와 자녀 2명이 20억원을 상속받을 때 내던 상속세 1억3000만원이 '0원'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2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교육부 장관 주재로 열린 국무회의에서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편안은 지난 3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내용으로 40일간 입법 예고를 거쳐 정부안으로 확정됐다.

이번 개편안은 유산세 방식을 폐지하고, 상속인별 실제 취득한 재산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공제체계도 달라진다. 지금까지는 상속재산 전체에서 기초공제(2억원), 일괄공제(5억원) 등을 차감한 뒤 과세했지만 개편안은 공제를 상속인 개인에게 각각 적용한다. 자녀는 1인당 5억원, 배우자는 최대 10억원까지 공제받는다. 공제방식이 개인 단위로 바뀌면 자녀 수가 많을수록 세금이 줄어드는 구조가 된다.

예를 들어 상속재산이 20억원이고 이를 배우자와 자녀 2명이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을 경우 현행 제도에서는 총 13억5700만원이 공제되고 과표는 6억4300만원, 상속세는 약 1억3290만원이 발생한다. 그러나 유산취득세가 적용되면 배우자는 10억원을 전부 공제받고, 자녀들도 기본공제를 5억원씩 받아 총세금은 0원이 된다. 또 다른 예로 상속재산이 15억원이고 자녀 3명이 5억원씩 상속받는 경우 현행 제도에선 일괄공제 5억원을 제외한 10억원에 대해 세율 30%를 적용하면 2억4000만원의 세금이 부과된다. 하지만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전환하면 자녀 3명은 모두 5억원씩 공제를 받아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이 권한대행은 "이번 개정안은 과세 형평성을 높이고, 특히 중산층과 다자녀 가구의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며 "제도 도입 후 처음으로 과세의 초점을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몫'에 맞추는 근본적인 변화"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유산취득세 방식에 대해 신중하거나 부정적인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3월 "세수결손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세수 감소가 일어나는 유산취득세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며 부정적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실제로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유산취득세 적용 시 연간 2조원 이상의 세수 감소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됐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