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7000억 추가 지원 약속하며 코로나 의혹 반박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부 장관이 20일 스위스 제네바의 유엔 유럽 본부에서 열린 제78차 세계보건총회(WHA)에서 연설하면서 중국을 비판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중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5억달러(약 6973억원) 추가 지원을 약속한 반면, 탈퇴를 선언한 미국은 WHO의 비효율성 등을 지적하며 다른 국가들도 함께 탈퇴할 것을 종용하는 상반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올 1월 WHO 탈퇴 통보로 미국의 탈퇴는 2026년 1월 22일 발효된다.
20일(현지시간) 알자지라 방송, AP통신 등에 따르면,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HO 연차총회인 세계보건총회(WHA)에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WHO는 비대하고 쇠퇴한 조직"이라고 비판했다.
■케네디 장관, "WHO 미국 탈퇴를 경고로 받아들여야", "다른 국가 탈퇴도 권고"
그는 "세계 각국의 보건부 장관들과 WHO는 우리의 탈퇴를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우리는 이미 같은 생각을 가진 국가들과 접촉하고 있고, 다른 국가들도 탈퇴 동참을 검토하길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케네디 장관의 발언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했다. WHA에 참석한 각국 보건 장관과 외교관들은 침묵 속에서 그의 발언을 지켜봤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은 WHO에 5억 달러를 추가로 지원하겠다고 약속하며 미국의 빈 자리를 메울 태세를 보였다. 류궈중 중국 부총리는 WHA 연설에서 "세계는 일방주의와 강권 정치의 영향으로 글로벌 보건 안보의 중대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면서 "다자주의는 어려움을 해결하는 방법"이라고 역설했다. 미국의 탈퇴 이후 중국은 WHO 최대 기부국이 되면서 영향력이 더 커지게 됐다.
트럼프 정부는 미국이 WHO의 최대 공여국인데도 불구, 아프리카 등 비동맹국가들을 움직여 WHO를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며 불만을 가져왔다.
이날 케네디 장관은 이 같은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WHO가 중국, 젠더 이데올로기, 제약 산업 등에 영향을 과도하게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시 코로나19의 기원을 꺼내들며 중국을 공격했다.
■미국, "WHO가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실험실 유출설'을 은폐"
그는 이와 관련해 WHO가 중국의 정치적 압력에 굴복해 '실험실 유출설'을 은폐했다는 의혹도 다시 제기했다. 실험실 유출설은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자연 발생이 아니라 중국 우한의 바이러스 연구소에서 실수로 유출됐을 가능성을 제기하는 주장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팬데믹 초기부터 실험실 유출설과 함께 중국 책임론을 주장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20일 취임 직후 "(미국만) 거액의 돈을 부당하게 내고 있다"며 WHO 탈퇴를 명령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은 공식 탈퇴 절차에 들어갔다.
이 같은 미국의 탈퇴 선언으로 재정난 속에 프로젝트 수행의 어려움에 직면한 WHO에게 중국은 도움을 주겠다며 적극적이다. 류궈중 부총리는 WHA 연설에서도 "이번 기부를 통해 WHO가 독립적이고 전문적이며 과학적 원칙에 따라 운영될 수 있도록 보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류 부총리는 코로나19 기원과 관련한 케네디 장관의 주장에 대해 "중국은 코로나19와 관련해 책임 있고 건설적인 태도를 보여왔다"며 "중국을 중상 모략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제네바에서 개막한 세계보건총회에서 테드로스 아드하놈 게브레예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이 각국 대표단 앞에서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류궈중 부총리, "중국 중상모략 성공 못해", "WHO에 5억달러(약 6973억원) 추가 지원"
WHO에 따르면 2024-2025년 미국은 WHO 전체 예산의 10% 이상인 7억달러(약 9762억원) 이상을 지원했다. 중국의 기여액은 약 2억달러(약 2789억원) 수준이었다. 이번 중국의 추가 기부가 확정되면 미국의 탈퇴 이후 중국은 WHO의 최대 기부국이 된다.
WHO는 최근 재정난으로 2026-2027년 예산을 21% 삭감했으며, 회원국들은 20일 총회에서 분담금을 2년동안 20% 인상하는데 합의했다.
WHO는 최대 공여국 미국의 탈퇴로 결핵부터 HIV/AIDS, 그리고 세계적 유행병에 이르기까지 주요 위기에 대처하는 WHO의 역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하고 있다. WHO는 재정난 속에 2026~2027년 예산을 21% 삭감한 42억 달러로 조정했다.
june@fnnews.com 이석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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