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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 '광견병' 정복하나… 세계 최초 치료기술 개발

고려대 김종승 교수팀, 나노테라노스틱 기술 개발
광견병 바이러스 감염 신경세포 찾아내 바로 제거

치명적 '광견병' 정복하나… 세계 최초 치료기술 개발
광견병 바이러스. 게티이미지 제공


[파이낸셜뉴스] 고려대 화학과 김종승 교수팀이 세계 최초로 광견병 바이러스(RABV)를 정밀하게 표적해 치료할 수 있는 '나노테라노스틱(Nanotheranostic)' 기술을 개발했다.

21일 고려대에 따르면, 새로 개발한 기술을 실험한 결과,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신경세포만을 골라서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이 치료법이 매우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우리 몸에 해를 끼치지 않는 안전한 방법임을 보여주고 있다. 또 이번 연구는 이차 근적외선 빛을 이용하면서 동시에 바이러스의 특정 부분을 표적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성공시켰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김종승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치명적인 뇌 감염 질환인 광견병을 안전하고 정밀하게 치료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며, "빛을 활용한 중추신경계 치료 기술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광견병은 사람이나 동물의 신경계를 공격하는 무서운 병이다. 이 병에 걸리면 대부분 살아남기 어렵다고 알려져 있으며, 안타깝게도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제가 없는 상황이다. 특히 광견병 바이러스가 우리 몸의 사령탑인 뇌까지 들어가면 치료가 더욱 어렵다. 약을 많이 쓰면 부작용 위험이 커지고, 뇌는 외부 물질이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뇌혈관장벽'이라는 강력한 방어막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빛을 이용해 병든 세포를 없애는 '광역학 치료'라는 방법이 연구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일반적인 빛을 사용하기 때문에 몸속 깊숙한 곳까지 빛이 잘 닿지 않고, 뇌처럼 중요한 장기는 뇌혈관장벽 때문에 치료 물질이 제대로 전달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진은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특별한 '나노테라노스틱 프로브'를 만들었다. 이 프로브는 '이차 근적외선(NIR-II)'이라는 특별한 종류의 빛을 사용한다. 이 빛은 기존의 빛보다 우리 몸 조직을 훨씬 깊숙이 통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덕분에 뇌처럼 깊은 곳에 있는 바이러스도 치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 프로브는 광견병 바이러스의 표면에 있는 '당단백질'이라는 부분만 정확하게 찾아가 달라붙는 '앱타머'라는 똑똑한 장치를 달고 있다. 앱타머는 마치 자물쇠에 꼭 맞는 열쇠처럼 특정 물질에만 결합하는 특징이 있어서, 나노 프로브가 건강한 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광견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신경세포만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도록 돕는다.

뿐만 아니라, 이 나노 프로브는 '형광 이미징' 기능도 갖추고 있어서 몸속에서 프로브가 어디로 이동하고 바이러스 감염 부위가 어디인지 실시간으로 아주 선명하게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해준다. 진단과 치료를 동시에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 성과는 미국 화학회에서 발행하는 저명한 학술지 '미국화학회지(Journal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 JACS)'에 최근 발표됐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