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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대물림과 기업승계는 구분해야" 경제계 '하이브리드 상속세' 제안

대한상의-중견련, 상속세 공동 세미나 개최
현행 상속세 최고 세율 50%+알파
기업 승계 지원 차원에서 '자본이득세' 도입 주장

"부의 대물림과 기업승계는 구분해야" 경제계 '하이브리드 상속세' 제안
상속세 이미지. 뉴시스 DB
[파이낸셜뉴스] 경제계가 정치권 및 차기 정부를 향해 단순한 '부의 대물림'과 '기업 승계'를 구분해 합리적인 세제를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다.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대해야 한다'는 법의 기본 원칙을 강조한 것이다. 경제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기업 승계와 관련된 경영권 주식에 한해 상속세 일부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등의 '하이브리드'세제를 제안했다.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다. 기업 최대 주주의 경우, 주식가치를 20% 할증한 뒤 과표구간을 책정한다. 이로 인해, 최고세율 50%+알파(α)라는 주장이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중견기업연합회가 21일 서울 남대문로 상의회관에서 개최한 '기업 지속을 위한 상속세-자본이득세 하이브리드 방안' 공동 세미나에서 전병욱 서울시립대 교수는 상속세 일부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 세제를 제안하며, "최고 세율을 인하하지 않더라도, 납부 방식의 변화만으로도 일시에 집중되는 상속세 부담을 상당부분 완화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상속 시점에 상속세를 먼저 부과하고, 이후 실제 주식처분 시 자본이득세를 추가로 부과하는 '시점구분 방식'과 상속가액 600억원을 기준으로 그 이하에는 상속세, 초과분에는 자본이득세를 적용하는 '금액구분 방식' 등을 제시했다. 나아가 자본이득세 전환이 어렵다면 20년 분할납부, 또는 '5년 거치 5년 분할납부' 등의 기간이익을 제공하는 방법도 덧붙였다.

"부의 대물림과 기업승계는 구분해야" 경제계 '하이브리드 상속세' 제안
경제계 상속세-자본이득세 하이브리드 세제 제안 모델. 대한상의 제공

상의와 중견련은 중소기업의 기업 승계 어려움을 해소해주자는 취지에서, 현행 상속세 일부를 자본이득세로 전환하고, 납부시점과 과세대상에 따라 차등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본이득세는 유산을 받는 때가 아니라 향후 매각할 때 가격상승분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기업 주식은 경영권 유지를 위해 처분하기 곤란하고, 비상장 주식은 거래가 어려워 현금화하기도 쉽지 않기 때문에 상속 즉시 세금을 부과해 주식을 팔도록 하기 보다는 세금 납부시기를 처분시점으로 미루어 기업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고세율 50%와 최대주주 할증평가 20%로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기업 승계와 관련된 세율이 높은 국가로 꼽힌다.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하이브리드 세제 방식에 대해 "이는 단순한 세율 인하가 아닌 과세 체계 자체의 재구조화를 통해 상속세의 효율성과 실효성을 높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임재범 국회입법조사관도 하이브리드 세제 도입에 다른 보완 필요성을 언급하며, "자본이득세 관세방안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가업 상속공제제도뿐만 아니라 상속세제도와도 적절하게 조화될 필요가 있으므로, 경영권 주식 중 사업과 무관한 자산은 상속세를 과세하되, 나머지 부분은 자본이득세를 과세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 부회장은 "주요국들은 기업을 기술력과 일자리, 사회적 책임을 이어가는 중요한 매개체로 보고, 상속세 부담을 낮추고 있는데 반해, 우리나라는 기업승계를 단지 '부의 대물림'으로 여기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해 제도 개선에 한 걸음도 내딛지 못하는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정부와 국회는 단순한 부의 대물림과 기업 승계를 확실히 구분하는 합리적인 상속세제를 마련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호준 중견련 상근 부회장도 "기업승계는 10년 혹은 그 이상의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경제계의 상속세 완화 요구에 대해 "이미 상속세 공제 특례가 많다"며 추가 완화에는 부정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현행 상속세 최고세율(50%)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겠다"는 입장이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