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한국은행에서
IIF, 韓 미팅 전 日 참여은행도 만나
아고라 프로젝트 현황 관련 질의응답 진행
프로젝트 한강 등 국내 CBDC 사업 활성화 주목
스테이블코인 육성..."필수 과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뉴스1
[파이낸셜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기업은행장과 함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관련 논의를 확대한다. 이들은 국제금융협회(IIF)와 만나 아고라(Agorá)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의 활용 가능성과 그 방식을 토론할 예정이다. 프로젝트 한강 테스트가 진행되는 가운데 스테이블 코인이 대선 의제로 떠오르면서 국가간 결제 시장에 거대한 변화가 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미팅에 디지털자산 시장은 물론 금융업계의 이목이 쏠리는 배경이다.
특히 주요 은행은 물론 10만여명의 시민들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CBDC 관련 논의가 잠잠한 가운데 CBDC와 스테이블코인을 연계하자는 주장이 민주당 측에서 나왔다. 민간 중심인 만큼 혁신성과 확장성을 두루 갖춘 스테이블코인과 중앙은행이 발행해 안정성이 압도적인 CBDC의 장점을 더해보자는 것이다.
2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국제금융협회(IIF) 회장인 팀 아담스와 이창용 한은 총재는 오는 2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회의를 갖는다. 회의에는 국내 6대 은행장과 IIF 측 고위관계자도 참석할 예정이다. IIF는 상업은행과 투자은행, 헤지펀드는 물론 전세계 중앙은행 및 금융기관 그리고 디지털 자산 거래소(Coinbase), 스테이블코인(Circle) 등이 참여하는 단체다. IIF는 이번 회의에서 아고라 프로젝트에 참가중인 국내 은행들의 입장을 직접 청취할 방침이다. 또 행장들과의 직접 논의를 통해 아고라의 진행 현황을 공유한다.
프로젝트 아고라는 토큰화된 은행 예금과 기관용 중앙은행 디지털화폐를 활용한 전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민간 프로젝트다. 목표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와 유사한 금융시장 인프라의 초기 모델을 구축해 통합 원장 기반 국가 간 지급결제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이다. 한은은 올해 말 아고라 프로젝트의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IIF는 아고라 프로젝트에서 43개 민간 참가기관의 입장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과 함께 프로젝트 의사결정 기구의 공동의장을 담당하고 있다. IIF는 이번 서울 방문 전 일본에서 참여 은행과도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특히 지난 1월 미 행정부의 행정명령(Executive Order) 발표 이후에도 연준 및 미국 민간기관의 아고라 프로젝트 참여는 변함없이 지속되는 점이 주목된다. 행정명령 상 CBDC는 일반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범용 디지털화폐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아고라는 범용CBDC와 같은 새로운 중앙은행 부채를 발행하는 프로젝트가 아니다.
이번 회의에서는 CBDC와 비교되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국내 동향도 논의될 전망이다. 유력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도입을 비롯해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공약하면서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날 이재명 후보 선대위 산하 디지털자산위원회(위원장 민병덕 의원)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vs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주제로 국회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이날 정책토론회에 참여해 “국내에는 아직 테더나 서클에 대응할 수 있는 스테이블코인 사업자가 없어 관련 산업 육성과 규제 체계 마련이 시급하다”며 “CBDC는 결제의 최종성을 보장하고 스테이블코인은 확장성에 뛰어난 특성을 지니는 만큼 두 인프라의 혼합 설계가 디지털 시대의 통화 주권을 지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중은행 디지털 담당 고위관계자는 “아직까지 26일 모임에서 어떤 것을 논의할지 구체적으로 전달받은 것은 없다”면서도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CBDC에 적극 협력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고, 이와는 별도로 새로운 정부에서 추진될 것으로 보이는 스테이블 코인 관련 지급 결제 시장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회의에 참여하는 은행들 모두 한은이 주도하고 있는 프로젝트 한강에 참여하고 있는 만큼 관련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 2024년 10월부터 CBDC 사업에 본격 참여해 시스템 개발 일정을 포함 총 11개월에 거친 테스트에 나선 6대 은행 및 부산은행은 지난 3월 24일부터 은행 임직원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거쳤고, 현재 은행당 1만6000여명씩 총 10만명의 체험단을 모집해 본격적인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자사 가맹점(땡겨요) 결제를 연결해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4월 18일 한국은행이 배정한 1만6000명 회원수는 이미 넘겼고, 현재도 회원수는 늘어나고 있다.
신한은행에 따르면 지난 4월 24일 기준 예금토큰 가맹점 결제건수 1만5000건 중 땡겨요 결제 건수가 약 4950건으로 전체 결제 건수의 3분의 1에 달하는 상황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과 함께 민간 참가 기관으로 24년 하반기 위원회 분과의 민간 부문 리드 중 하나로 선정돼 의사결정 체계 수립에 참여하고 있다”면서 “올해 상반기에도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에 참여하고 있다. 오는 하반기 프로토타입 구축 및 테스트를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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