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응 시나리오 짜기 나선 은행권
대규모 자금이동 가능성 낮게 봐
0.4%p 금리차로 유인효과 제한적
여수신 균형 깨지면 되레 '손해'
2금융권 예금금리 더 낮출 수도
오는 9월 예금자보호한도가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어난다. 금리인하기 안정적 투자처를 찾는 일부 소비자들은 상향된 한도액에 따라 비교적 금리가 높은 저축은행으로 목돈을 옮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은행권 관계자들은 대규모 '머니무브'의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예금 투자자들의 성향상 번거로운 저축은행의 가입 절차가 이를 가로막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경기 침체기 기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의 여파로 충당금 쌓기에 바쁜 2금융권에서 적극적인 수신잔액 경쟁에 뛰어들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수신이 균형을 맞춰 예대마진을 남겨야 하는데 여신 영업이 쉽지 않는 상황에서 수신이 쏠리면 오히려 손해라는 것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권 개인영업 담당부서들은 오는 9월 예금보호한도 인상에 발맞춰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
A은행 개인영업 담당 부행장은 "급격한 머니무브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예금고객 중 일부가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경향이 있지만 전체의 10~20%에 불과하고, 주택담보대출 등 다양한 여신상품 금리와 연계돼 있는 만큼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오히려 고객이 쏠릴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여신 대비 적정 수신액을 맞춰야 하는 만큼 오히려 예금금리를 낮출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금이 대규모로 이동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고액자산가들이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점, 은행권의 안정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는 점 등이 배경이다. 특히 0.3~4%p에 불과한 은행과 저축은행 간 금리 격차가 걸림돌이다. 계좌 발행 등 번거로운 절차에도 불구하고 금융소비자들이 이동할 수준의 금리차가 아니라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일부에서도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만으로는 고객 유입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한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의 소비자는 특정층에 형성돼 있다"면서 "금리가 높은 대형 일부 저축은행으로 중소형 저축은행 고객이 움직이는 경향이 더 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에 따라 금융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예금보호료도 오른다. 이에 따라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B은행 관계자는 "예금 유치를 위한 수신 경쟁이 치열해지면 은행은 대출금리를 올릴 수 밖에 없다"면서 "자금을 비싸게 조달할 수밖에 없는 데다 예보료도 오르니 순이자마진(NIM) 관리 차원에서도 대출금리를 올려 수익성을 방어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 연구용역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가 1억원으로 높아지면 예보료율을 최대 27.3% 인상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현재 업권별 보험료율은 은행 0.08%, 저축은행 0.40% 등이다. 예보료가 인상되면 오히려 이자 혜택 축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의 '머니무브'의 규모가 예상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위와 예금보험공사의 연구에 따르면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시 저축은행 예금이 시행 전보다 16~25% 늘어날 수 있다.
C은행 관계자는 "이미 낮은 금리에 공격적인 투자 성향의 금융소비자들은 주식시장이나 금, 가상자산 등으로 옮겨가고 있다.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경우 은행의 요구불예금은 더 빠져나갈 것"이라고 짚었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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