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앞두고 정책제안 몸사리기
비금융 진출·투자일임업 허용 등
각종 규제완화 목소리 커지지만
재원마련 책임 떠안을라 신중론
은행권이 대선을 앞두고 각 후보의 대선 캠프에 '차기 정부에 바라는 정책건의'를 전달하지 못해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이자장사' 비판을 받고 있는 데다 높은 실적에 따른 사회적 책임 요구가 거세지고 있어서다.
은행들은 비금융산업으로 확대할 수 있는 규제나 투자일임업 허용과 같은 해묵은 숙원사업부터 위험가중자산(RWA) 부담 완화 등을 건의사항으로 꼽는다. 하지만 실제로는 대선 후보들의 금융권 공약의 영향력 분석을 하면서 더 큰 상생안 요구가 들어오지 않을까 주시하고 있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각 은행들은 대선을 앞두고 규제 완화 요구사항을 담은 정책과제를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소상공인 지원 방안과 관련, 소상공인이나 취약계층에 지원하는 대출 상품은 위험가중자산(RWA), 자기자본비율(BIS)을 산출할 때 은행 건전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규제 비율 산정에서 예외를 적용해 달라는 것이다.
1은행-1가상자산거래소 원칙 폐지, 은행의 투자일임업 허용 등 은행권의 해묵은 과제도 있다. 해마다 이자장사 비판에 직면하는 은행권이 비이자이익을 확대할 수 있도록 활로를 열어 달라는 취지다.
현재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의 경우 △업비트-케이뱅크 △빗썸-KB국민은행 △코인원-카카오뱅크 △코빗-신한은행 △고팍스-전북은행 등으로 제휴은행이 정해져 있다.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한 은행은 예치금 운용수익, 펌뱅킹(거래소-은행간 원화 이체) 수수료 등을 얻을 수 있다. 실제 KB국민은행의 경우 빗썸과의 제휴로 한 달여 만에 50만명이 넘는 고객 증대 효과를 봤다.
투자일임업 규제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자산관리(WM)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은행을 가로막는 대표적인 장애물로 꼽힌다. 투자일임업은 일정 수수료를 받고 금융사가 직접 돈을 굴려주는 사업이다. 그간 은행권은 투자일임업 진출에 대한 의지를 꾸준히 나타냈지만 증권업계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비금융산업을 확장할 수 있도록 제도적 문턱을 더 낮춰 달라는 주문도 있다. 금융사들은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금산법)상 산업자본(비금융주력자)이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제한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은행법을 개정해 고객정보 제공, 은행업 고도화 업무를 부수업무로 추가했다. 구체적으로 은행이 지역 활성화, 산업 생산성 향상, 지속가능 사회 구축에 투자할 수 있도록 업무의 범위를 확대했다.
금융당국이 올해 금융지주사의 핀테크 지분 5% 소유 제한을 15%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으나 디지털 전환으로 업종간 경계가 사라진 터라 제도 개선이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은행들의 요구는 분출하고 있지만 정작 산업계와 달리 후보들의 대선 캠프에 이 같은 건의사항을 전달하지 못한 채 논의만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이 높은 실적에 따른 사회적 책임 요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혁신을 위한 규제 철폐나 규제 완화 방안을 꺼내들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인식이다.
이에 대선 후보들이 내놓는 금융권 공약의 영향을 검토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융에 대해 사회적 요구가 더 많아지는 상황에서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토로했다.
대선 후보들은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어주겠다는 공약을 일제히 내세우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낮은 금리로 정책자금을 빌려주거나 빚이 과도한 경우 채무조정·탕감 등으로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재원 마련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아 상당수 재원을 금융권이 부담하는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이 공공재 역할을 하고 있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정부의 역할을 은행에 떠맡기는 상황은 반복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이주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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