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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조 퇴직연금 벤처투자 길 열리나… 업계 "투자활성화 기대"

이재명 "40조 벤처투자 시장 창출"
퇴직연금 투자 허용 대선 공약으로
주요 벤처 펀드 높은 수익률에
퇴직연금 장기 수익성 개선 기대
연기금 투자의무화는 가능성 낮아

430조 퇴직연금 벤처투자 길 열리나… 업계 "투자활성화 기대"
송병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왼쪽)과 권칠승 민주당 선대위 먹사니즘 위원장이 지난 15일 열린 정책협의회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벤처업계의 숙원 중 하나인 투자 활성화를 위해 퇴직연금 적립금의 벤처 투자 허용을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벤처업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의무화에 대해선 민주당과 국민의힘 모두 부정적이어서 추진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대선 후보는 지난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퇴직연금의 벤처투자를 허용하고, 연기금 투자풀의 벤처투자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40조원 규모의 벤처투자시장 창출을 주요 목표로 내세우면서다.

공적 연기금의 벤처투자 확대는 벤처업계의 오랜 숙원이었다. 실제로 지난 15일 벤처기업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등 주요 단체들이 모인 '혁신단체협의회'는 민주당에 제21대 대선 벤처정책 제안의 일환으로 '공적 연기금 벤처투자 확대'를 요청한 바 있다.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퇴직연금의 벤처투자 허용 △68개 법정기금의 벤처·스타트업 투자 의무화 △연기금 공제의 벤처펀드 출자 활성화가 거론됐다.

업계는 벤처투자가 운용수익률이 낮은 퇴직연금의 장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퇴직연금 적립금은 지속 증가해 지난해 430조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연환산 운용수익률은 2.07% 수준에 불과해 제도 개편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주요 연기금·공제회가 출자한 벤처 펀드는 적게는 9.2(공무원연금)%, 많게는 17.2%(고용보험기금)의 수익률을 실현한 바 있다.

이에 퇴직연금 운용방법에 벤처펀드 출자 유형을 신설하고, 퇴직연금의 비상장 주식 취득 허용 등 관련 법령 개정을 통해 벤처펀드 출자 근거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권칠승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먹사니즘 위원장은 혁신단체협의회와의 정책협약식 이후 기자와 만나 "퇴직연금이 벤처 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옵션을 하나 열어두자는 것"이라며 "어차피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니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민주당은 업계가 요구한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의무화' 방안에는 부정적이다. 업계는 정책 제안을 통해 "모든 산업과 업종에 형성된 기술 기반 벤처·스타트업에 68개 법정기금의 5% 투자를 의무화하는 법 조항을 신설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러나 민주당 내부에선 의무 투자가 '수익률 저하', '묻지마 투자' 등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민주당 관계자는 "연기금의 벤처투자를 의무화했다가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된다면 여론이 크게 나빠질 것"이라며 "특히 벤처 펀드는 정산 기간이 3~5년 정도 되는데 여기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지겠느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벤처투자 활성화 방안에 대해선 뚜렷한 공약을 내놓고 있지 않지만, 민주당과 마찬가지로 '법정기금의 벤처투자 의무화 방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5%라는 숫자가 자의적인데다, 목적이 있는 공적기금을 강제로 특정 투자처에 투입하는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며 "집단 소송이 제기되면 정부가 무조건 패소한다"고 말했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