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혜안이 가장 중요
사적 관계·부패 청산하고
반대파 보듬을 줄 알아야
손성진 논설실장
1. 리더십은 안으로부터 시작된다. 2. 정책 목표를 명확하게 정해야 한다. 3. 설득력의 힘을 발휘해야 한다. 4. 국민·의회·언론과 협력해야 한다. 5. 취임 즉시 정책 추진에 돌입해야 한다. 6. 유능하고 신중한 참모를 등용해야 한다. 7. 과업 수행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고무시킬 능력이 있어야 한다.
미국 대통령들을 연구한 학자이자 정치가인 데이비드 거겐이 제시한 성공적 대통령의 7가지 조건이다. 1번의 의미는 대통령 자신의 지식과 판단력, 인격 등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한국의 정치 풍토가 일치하지 않지만, 오래 연구하고 관찰한 결과이니 참고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학이 하나의 학문으로 정립된 우리나라에서도 유사한 논문들이 있다. 이현출 교수 등은 비전제시 능력, 의사소통 능력, 국정운영 능력, 정치력, 공감능력을 대통령의 리더십 조건으로 꼽았다. 이 가운데 공감능력이 주목된다. 극단적 대결과 분노의 정치가 지배하고 있는 시대에 국민의 감정을 인지하고, 이해하고, 관리하는 능력이라고 설명한다.
학문적 연구에 동의하면서 한국의 현실을 고려해 몇 가지 첨언하면 이렇다. 사실 전임자들의 잘못을 파악하고 반복하지만 않아도 절반의 성공을 거둘 것이다. 또 하나는 다른 정파의 대통령이나 리더를 비난했던 이유를 되새겨보고 '내로남불'의 잘못을 답습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의 책임이자 임무는 나라를 강대국으로 만들고 국민을 잘살게 하는 것이다. 나라는 태평하고 백성은 편안하다는 '국태민안'(國泰民安)을 실현해야 한다. 막강한 권력은 사유화하라고 준 것이 아니라 이 목적을 달성하라고 국민과 헌법이 부여한 힘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이를 망각함으로써 나라를 어려움에 빠뜨렸다.
먼저 대통령은 미래를 내다보는 비범한 혜안이 필요하다. 모든 국사(國事)를 일일이 챙길 수 없다. 남다른 식견과 판단력으로 거대한 구상을 할 줄 알아야 한다. 경제가 가장 중요하니만큼 쇠퇴하는 제조업을 대신할 첨단산업과 서비스업 발전방안을 마련하는 게 첫째다.
다음은 사적 관계, 부패와의 결별이다. 역대 대통령들의 실패를 들여다보면 금세 그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사적 관계는 가족만이 아니라 측근도 포함된다. 환관정치가 국가를 멸망에 이르게 한 역사는 현세에도 유효하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부패는 꼭 금전 문제만은 아니다. 부패는 사적 관계를 통해 싹이 트고 자라난다.
정파와 무관하게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일이다. 협치라는 말이 역대 대선마다 누누이 반복돼 왔지만, 실천한 대통령은 없었다. 이념이 다르고 자신을 반대한 인물이라도 유능하기만 하다면 과감히 써야 한다. 이와 관련된 것이 낙하산 인사다. 대통령 주변에는 늘 권력의 기생충들이 득실거린다. 선거 유공자를 가려 자리를 주지 않을 수 없겠지만, 한계선을 둬야 한다. 공기업 낙하산도 전문성이 있어야 기업을 잘 이끈다.
지지자보다 반대파를 돌봐야 한다. 대통령은 지지자만의 대통령이 아니라 전 국민의 대통령이다.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절반에 가까운 국민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 그것이 통합을 이루는 첩경이다. 적폐청산 식의 정치보복은 분열을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음을 우리는 보았다. 누가 되더라도 성장과 분배의 어느 한쪽으로 쏠려서는 발전과 복지를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 치우침이 없는 조화와 균형을 이뤄야 한다. 한 계층만 바라보는 외골수 정책은 나라를 멍들게 할 것이다. 분배정책에 집중했음에도 왜 양극화가 더 심해졌는지 원인을 찾아야 한다.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서 최선을 다하면 전체 사회와 국가는 융성한다.
대통령도 하나의 직업이다. 그 직책에 맞는 직업정신을 잊지 말고 공사를 구별하고 밤잠을 설치면서도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노심초사할 줄 알아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 퇴임 후에도 국민이 우러러 받드는 최초의 대통령이 5년 후에는 나오기 바란다.
tonio66@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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