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준 정치부 차장
대한민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대통령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에 따라 주요 후보들은 전국 각지를 돌며 지역 맞춤공약을 제시하면서 표심 구애에 여념이 없다. 특히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면 지역민이 좋아할 만한 당근을 우후죽순처럼 쏟아내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부산을 찾아 해양수산부와 해운사인 HMM 이전을 약속했다. 해수부와 같은 정부 부처야 그렇다 해도 사기업인 HMM의 본사 이전 문제는 선을 넘은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도 이를 의식한듯 "민간회사라 쉽지 않다"는 전제를 깔기는 했지만 곧바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역시 부산을 찾아 산업은행 이전을 약속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데, 현재까지도 지켜지지 않고 있다. 김 후보는 "대통령실도 옮기고, 국회도 옮기고, 대법원도 다 옮기라 하는데 산은은 못 옮길 이유가 무엇인가"라고 말했으나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산은을 옮기기 위해서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국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는 민주당이 산은 이전에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어 다시 공수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후보도 부산을 찾아 산은 이전이 쉽지 않다고 못을 박았다.
부산의 사례 외에도 각 후보들이 쏟아내는 지역 공약 중에는 공허한 외침에 그칠 내용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 문제가 꼽힌다. 충청권 민심을 겨냥해 대부분의 주요 후보들이 대통령실과 국회의 세종 이전을 약속했으나 이 문제도 개헌이라는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이전은 '대한민국 수도는 서울'이라는 관습 헌법을 이유로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판결이 났다. 즉 개헌 없이 수도 이전은 어렵다는 뜻이다. 그나마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국회의사당 분원과 같이 대통령실도 제2 집무실 정도가 들어설 확률이 높다. 대권 도전에 가장 유력한 이 후보도 집권한다면 '용산-청와대-세종' 순으로 대통령실을 쓰겠다고 하면서 충청권 민심은 사실상 '오지 않겠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당장 표가 필요한 대선 후보 입장에서는 지역 공약을 통해 민심을 얻는 것이 맞는 선택이다. 후보들이 제시한 약속을 곧이곧대로 믿는 지역 주민들은 혹시나 하는 기대감에 표를 던지기도 한다.
그러고는 공약이 지켜지지 않으면 또다시 후회를 한다. 대선과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현상이다. 이제는 제발 지킬 수 없는 약속은 하지 말았으면 한다.
syj@fnnews.com 서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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