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21일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김문수 대선 후보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2주도 남지 않은 6·3 대선을 앞두고 전현직 국민의힘 유력인사들이 마지막 결집에 나고 있다. 반(反) 이재명을 위해선 한 목소리를 내면서 결집의 의지를 다지고 있다. 다만 국민의힘 유력 인사들이 제각각 다른 '따로 국밥' 같은 개별 정치적 행보를 보이면서 그 효과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고 있다.
공식 선거 운동 기간에 대외 활동을 보이지 않았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한동훈 전 대표는 지난 21일 같은 날 각자 정치적인 행보를 보였다.
윤석열 전 대통령은 지난 21일, 파면 이후 처음으로 재판 일정 외에 공개 행보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은 이날 서울 동대문구의 한 극장에서 열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시사회에 참석했다. 이 영화는 "부정선거, 신의 작품인가"로, 전직 한국사 강사 전한길 씨 등이 제작에 참여했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탈당을 선언하면서 김문수 후보에게 힘을 모아달라고 요청했고, 자신도 "백의종군하겠다", "자유와 주권 수호를 위해 모든 것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 일환으로 이날 영화관람이 추진됐다.
하지만 의도했던 것과 달리 재판중인 윤 전 대통령의 이날 행보는 대선을 불과 2주 앞둔 시점에 이뤄져 정치권에 큰 파장을 불렀다. 윤 전 대통령의 행보가 오히려 김문수 후보에게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내부에서조차 "중도층 확장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이라며 강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지난 2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자신의 SNS(소셜미디어)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다큐멘터리 영화 관람에대해 '<...>'라고 짧은 입장을 게재했다. 이재명 후보 SNS 갈무리
그동안 국민의힘 유세에 불참했던 한동훈 전 대표는 20~21일 부산과 대구에서 지원에 나섰다. 하지만 한 전 대표는 김문수 후보와 합동 유세를 하지 않고 개별 유세에만 집중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대선 이후를 생각해 자기 정치를 하고 있다는 평가까지 나왔다. 한 후보는 지난 20일 첫 유세 참가에선 김문수 후보 이름조차 꺼내지 않았다. 오히려 일부 유세장에선 "한동훈"을 외치는 지지자들이 대거 몰렸다. 한 전 대표는 이같은 지적을 의식한 듯 21일 유세에선 "제가 아닌 김문수 후보를 외쳐달라"고 요청했다.
하와이에 체류중인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국민의힘 특사단과 만남을 가졌다. 하와이 특사단은 홍 전 시장이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며 민주당에 갈 일은 없다며 성과를 밝혔다.
하지만 홍 전 시장은 특사단과의 만남 이후, 영화 '빠삐용'의 주제가와 함께 "바람처럼 자유롭게, 악마의 섬을 탈출한 빠삐용처럼"이라고 SNS에 적었다.
자신이 국민의힘이라는 '섬'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겠다는 의중을 시사한 것이다. 이외에 김 후보와 단일화를 펼쳤던 한덕수 전 총리는 조만간 김 후보 유세에 나설 전망이 있지만, 아직까지 침묵만 지키고 있다.
한편, 안철수 의원은 오랜 갈등 관계 였던 이준석 개혁신당과 지난 21일 만남을 가졌다. 안 의원은 이 후보가 대선기간에 진행중인 '학식 먹자 이준석' 캠페인까지 동참하면서 구애를 보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톰과 제리' 관계라는 정치권의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껄끄러운 사이였다. 국민의힘에서 한 지붕 아래 지내면서도, 정책·노선뿐 아니라 감정적 갈등이 반복됐고, 당내 경선이나 주요 선거 때마다 두 사람간 신경전이 이어졌다. 공개적으로 상대를 비판한 전력이 많아 쉽게 가까워지지 못했다. 그럼에도 이번 대선에선 대선 승리를 위해 과거의 감정적 앙금을 일시적으로 접었다. 반 이재명의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김 후보와 이 후보의 단일화의 불씨를 마지막까지 살려보자는 국민의힘의 의도도 깔렸다. 하지만 이 후보가 완주를 계속 고집하면서 국힘의 애간장을 태웠다.
안철수와 만남 직후 이준석 후보는 단일화에 대해 "고민하거나 검토하지 않고 있다"며 단호하게 선을 재차 그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지난 21일 경기 성남시 가천대학교 글로벌캠퍼스에서 열린 '학식 먹자 이준석' 행사에 참석해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 후보를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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