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유튜브 뮤직 끼워팔기’ 관련 구글의 자진시정 조치를 받아들이는 ‘동의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 구글에 과징금을 부과하거나 법적 다툼을 벌이는 대신, 구글이 스스로 만든 시정안을 인정하겠다는 것이다. 동의의결 절차가 더 실익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구글은 소비자가 뮤직 서비스를 제외하고 광고 없이 동영상만 시청할 수 있는 ‘유튜브프리미엄라이트’를 새로 출시할 계획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열린 전원회의에서 구글이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신청한 동의의결 절차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미국 ‘구글 엘엘씨’, 싱가포르 ‘구글 아시아 퍼시픽 피티이 엘티디’, 구글코리아 유한회사 등 3개 법인이다.
동의의결은 법 위반 혐의를 받는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피해 구제, 거래 질서 개선 등의 시정방안을 내놓으면, 공정위가 이해관계인 의견을 수렴한 뒤 그 시정방안이 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위법 여부를 따지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다.
절차는 '개시 여부 결정 → 잠정 동의의결안 마련 → 이해관계인 의견수렴 → 최종 동의의결안 심의·의결' 순으로 진행된다. 통상 잠정 동의의결안과 의견수렴에는 각각 한 달가량이 소요된다. 공정위는 빠른 시일 내에 최종안을 전원회의에 상정할 계획이다.
구글은 지난 2018년 유튜브 동영상 서비스와 유튜브 뮤직 서비스를 결합한 ‘유튜브프리미엄’과 뮤직 단독 서비스인 ‘유튜브뮤직프리미엄’만 판매했다.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은 없었다. 광고 없이 영상을 볼 수 있는 유튜브 프리미엄에 가입하면 자사 음원 서비스인 유튜브 뮤직을 무료로 제공했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 뮤직은 유튜브 프리미엄과의 결합 혜택을 내세워 국내 음원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렸다.
공정위는 2023년 2월 구글의 판매 방식이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이후 같은 해 7월에는 끼워팔기 행위에 대한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구글코리아에 발송했다. 구글이 동의의결을 신청하지 않았다면, 공정위는 전원회의를 열어 제재 여부와 수위를 결정했을 것이다.
구글은 올해 공정위에 동의의결을 신청했고,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유튜브 동영상 단독 상품’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 신규 구독 상품은 현재 해외에서 판매 중인 ‘유튜브프리미엄라이트’와 같은 형태로, 비(非)음악 영상 콘텐츠를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다. 이밖에 구글은 국내 음악 산업과 아티스트·크리에이터 지원 등을 포함한 상생안과 함께 300억원 규모의 재정 지원도 제안했다.
공정위는 유튜브 이용자가 국민 대다수인 점, 신속한 시장 질서 회복의 필요성, 소비자 혜택 확대 가능성 등을 고려해 동의의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 공정위는 구글이 제시한 300억원 규모의 상생안이 법 위반을 전제로 한 과징금과 유사한 수준이라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동의의결로 기업에 면죄부를 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공정위는 이를 일축했다. 동의의결 제도는 기존의 시정명령 방식과 달리 장기간 소송 없이 신속한 조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효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공정위는 2021년 12월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에 시정명령을 내린 바 있지만, 현재까지도 소송이 4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김문식 공정위 시장감시국장은 “그간 공정거래법 사건에서 총 18건의 동의의결 신청이 있었고, 이 중 9건은 받아들여지고 9건은 기각됐다”며 “기업에 면죄부를 주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은 실제 운영 결과가 입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끼워팔기 사건의 경우 시정명령보다 동의의결이 더 효과적인 측면이 있다”며 “공정위는 시정명령으로 특정 상품을 출시하라고 명령할 수는 없지만, 동의의결 절차에서는 기업과 협의를 통해 상품 조건까지 조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junjun@fnnews.com 최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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