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공단 "소비자보호의무 위반"
담배회사 "위해성 높였다고 볼 여지 없어"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리는 담배소송 항소심 최종변론(12차)을 앞두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500억원대 손해배상 소송이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항소심 변론이 마무리됐다. 1심에서 담배회사들의 손을 들어준 법원이 2심에서 다른 판단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6-1부(박해빈·권순민·이경훈 고법판사)는 22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낸 533억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항소심 마지막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재판에서 공단 측은 "(담배회사 측이) 소비자들에 대한 불충분한 인식, 담배에 대한 과한 정보를 은닉하고 반대 정보를 유포하는 등 적극 기만한 점을 상세한 자료를 통해 입증했다"며 "소비자보호의무를 위반한 피고들 책임이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흡기내과 전문의인 정기석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직접 재판에 출석해 의견을 진술했다. 정 이사장은 "중장기적 인구감소 시기에 미래세대를 보호해야 한다"며 "의학적 근거를 고려한 판결을 위해 국가가 국민을 보호하고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달라"고 했다.
이에 담배회사 측은 "(자사 담배 제조에) 위법성이 없다는 것을 대법원에서 여러번 판단을 받았다"며 "객관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원고의 일방적 주장이 반복되는 데서 벗어나 정상적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원고의 청구를 기각해달라"고 요청했다.
재판부는 최종 의견을 들은 뒤 양측에 추가 참고 서면을 제출해달라고 했다. 선고 기일은 관련 사건의 선고 결과를 대기하기 위해 추후 지정하기로 했다.
이번 재판은 공공기관이 원고로 참여한 국내 첫 담배 소송이라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공단은 흡연의 사회적 책임을 담배 제조·수입·판매사에 묻고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해 지난 2014년 4월 소송을 제기했다. 손해배상액은 30년 이상, 20갑년(하루 한 갑씩 20년간) 이상 흡연한 뒤 폐암 또는 후두암 진단을 받은 환자 3465명에게 2003년부터 2012년까지 공단이 지급한 진료비를 기준으로 산정됐다.
1심 재판부는 지난 2020년 10월 담배회사 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원고가 요양기관에 보험급여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보험자로서의 의무를 이행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피고들의 불법행위로 인해 이 사건 대상자들에게 이 사건 질병이 발생했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 보험금 지출과 담배회사의 행위간 인과관계도 인정하지 않았다.
한편 국내에서는 이 사건 외에도 폐암 환자나 유족이 담배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이 있었지만, 현재까지 담배회사의 책임이 최종적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없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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