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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힘 빠지고 감각 둔해졌다면 ‘요골신경마비’ 주의를

증상 지속땐 약물·물리치료 통해 개선
간단한 손목 운동도 증상 완화에 도움

손목 힘 빠지고 감각 둔해졌다면 ‘요골신경마비’ 주의를
게티이미지뱅크
술에 잔뜩 취한 채 소파에 기대 잠든 30대 직장인 주모씨는 다음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팔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꼈다. 손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고, 손등이 아래로 축 처진 채 도무지 들어 올릴 수가 없었다. 단순한 피로감이라 넘기기엔 감각마저 둔해졌다. 놀란 주모씨는 곧장 병원을 찾았다. 진단명은 '요골신경마비', 흔히 '토요일 밤 증후군'으로 불리는 질환이었다. 이는 팔의 신경이 압박돼 일시적으로 마비되는 증상으로 보통 자연적으로 치유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만 증상이 계속된다면 약물·물리치료·생활습관 개선 등 비수술적 치료를 통해 개선해야 한다.

요골신경마비란 요골 신경이 특정 부위에서 압박돼 그 기능의 저하·소실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보통 손가락과 손목을 펴지 못하는 증상이 동반된다. 술을 많이 마시는 토요일 밤에 자주 발생해 토요일 밤의 마비라고도 불리며, 팔 베개를 해주다 통증이 생긴 사람들도 있어 '신혼여행 마비'로도 알려져있다. 요골신경은 팔꿈치와 손목, 손가락을 펴는 역할을 담당한다. 엄지와 검지 손등 쪽 감각을 관장하는 중요한 신경이기도 하다. 이 신경이 장시간 압박되면 손목과 손가락을 들어 올릴 수 없게 되고, '손목 하수'라 불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요골신경은 상완골 뒤쪽에서 앞쪽으로 감아 내려오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팔을 특정 자세로 오래 두면 쉽게 압박될 수 있다.

눌림에 의한 요골신경마비는 대부분 저절로 회복되지만 계속해서 저림이 있다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요골신경마비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더라도 다른 부위에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목에 힘 빠짐이나 감각 이상이 있을 경우, 경추간판탈출증이나 뇌졸중(뇌경색·뇌출혈)과 같은 중증 신경계 질환의 초기 징후일 수도 있다.

따라서 증상의 원인을 정확히 구분하기 위해 재활의학과에서 신경 전도 검사, 근전도 검사와 같은 정밀한 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요골신경마비가 맞다면 보통 보존적 치료를 하게 된다. 부목 고정, 소염제 복용, 스테로이드 주사, 물리치료 등이 기본이다. 손목을 중립 위치로 유지해주는 스플린트 착용도 도움이 된다. 보존적 치료에도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해 볼 수 있다. 후골간신경 증후군에서와 같이 폄 근육의 마비가 발생하고 이후 3개월 이상의 보존적 치료 이후에도 호전을 보이지 않는 경우다.

간단한 손목 운동도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손목과 손가락을 반대 손의 도움으로 완전히 펴고 자기 힘으로 주먹을 쥐는 운동이다. 이렇게 하면 힘줄이나 근육이 짧아지거나 늘어지는 것을 막을 수 있고 관절을 보호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방이다. 음주 후에는 바닥이나 테이블 위에서 잠들지 않도록 하고, 장시간 같은 자세로 자는 습관을 피해야 한다. 특히 팔꿈치나 무릎, 겨드랑이 등 신경이 자주 눌릴 수 있는 부위에는 푹신한 쿠션을 대는 것이 좋다. 수면 자세가 교정되지 않으면 마비가 재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경우에 따라선 팔꿈치 보조기 착용이 권장된다.

비타민 B 섭취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비타민 B군, 특히 B12는 신경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보조 치료제로 평가된다. 술을 자주 마시거나 영양 상태가 나쁜 경우에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음주와 흡연을 피하는 것도 당연 중요하다.

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