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 강등 이어 재정불안 공포
韓 국고채 10년물 2.76%로 급등
단기물과 금리차 빠르게 벌어져
저성장 속 채권금리 상승 압박
세계 최강국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감세정책이 채권금리를 자극하면서 한국의 국고채 금리 상승압력을 높이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국채 금리와 탈동조화 현상을 보이던 우리나라 국고채 금리는 최근 미국채 금리를 따라 움직이는 양상이다. 앞서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5%를 넘어섰고,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채권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국고채 장단기 스프레드 확대
22일 KIS자산평가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국고채 장단기 스프레드(10년물-3년물)는 41.8bp(1bp=0.01%p)를 가리키고 있다. 이달 초 31.3bp 수준에서 빠르게 확대되는 모습이다.
통상 장단기 스프레드가 확대하면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의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고 입을 모은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지금은 재정수지가 악화하는 것에 대한 우려로 기간프리미엄이 올라가서 장기물 금리가 뛰고 있다"면서 "경기 펀더멘털을 반영해서 장단기 금리차가 확대되고 있다고 보기에는 (경기부양 관련) 성적표가 나온 게 없다"고 말했다.
21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연 2.760%로 지난 2일 2.595% 대비 16.5bp 올랐다. 같은 기간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2.282%에서 연 2.342%로 6bp 상승에 그쳤다. 10년물 금리 상승폭이 훨씬 큰 상황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통화정책을 반영한다. 단기물 상승폭이 작은 것은 연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부활하는 엔캐리 청산 공포
무엇보다 한국의 저성장 고착화와 함께 금리 상승 압력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게 큰 부담이다. 다수의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 신용등급 강등, 미국 적자국채 확대 우려감에 일본의 확장재정 여파까지 더해진 결과로 보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한국의 국고채 금리 역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도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피델리티 인베스트먼트는 "일본 투자자 자금의 본국 환류 가능성 등을 감안하면 일본 국채 금리 급등은 전 세계 장기채권 시장으로 전이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코스콤 CHECK에 따르면 21일(현지시간)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연 5.098%에 마감했다. 이달 초 연 4.217% 대비 88.1bp 급등한 수치다.
무디스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인 'Aaa'에서 'Aa1'으로 한 단계 강등한 여파로 외국인들의 달러 자산 매도가 이어진 영향이 컸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정책에 대한 우려감도 금리를 밀어올리는 데 한몫했다. 일본 국채 장기물 역시 급등세를 보이며 엔캐리 청산트레이드 공포를 키우고 있다.
김윤경 국제금융센터 채권분석부장은 "지난 20일 일본 국채 20년물, 30년물, 40년물 금리는 각각 12bp씩 상승 마감했다"면서 "20년물은 연 2.54%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30년물 역시 연 3.11%를 기록해 1999년 이후 최고치를 보였다. 이는 미 관세에 대응한 일본 내수 진작용 국채 발행물량 확대 가능성 등 재정리스크와 공급부담이 초장기 금리를 끌어올린 결과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일본은 올해 20조엔(약 192조820억원)가량의 적자국채 발행이 필요하다.
김 부장은 "일본은 민간 수요가 부재한데도 장기물을 지속발행해 향후 큰 리스크가 따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기관 노무라는 "일본 국채 초장기물은 저유동성, 고변동성의 악순환에 갇혀 있다"며 "향후 추가 금리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본 초장기채 금리까지 상승할 경우 엔캐리 청산 우려가 재발할 수 있다"면서 "일본뿐만 아니라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된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재정건전성 이슈가 재부각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이 시간 핫클릭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