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기자수첩]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오천피 시대'

[기자수첩]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오천피 시대'
박지연 증권부
"실현이 어려운 숫자입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내건 '코스피 5000 시대' 공약에 대해 한 자본시장 전문가는 이렇게 말했다. 자본시장을 어떻게 되살리겠다는 구체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는 이상 5000이라는 숫자는 정치구호성 선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고도 부연했다.

대선 후보들의 오천피 달성 공약은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지난 2007년 12월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 여의도 대우증권 객장을 방문, "내년 코스피가 3000을 돌파할 수 있고, 제대로 하면 임기 5년 중 5000까지 가는 게 정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발 금융위기 등을 겪으며 당시 코스피는 임기 내내 2200선을 넘기지 못했다.

이재명 후보도 3년 전에 코스피 5000을 언급한 적이 있다. 20대 대선 당시 이 후보는 "부동산은 이미 꼭지고, 앞으로 주식시장이 부동산 시장을 능가하게 될 것"이라며 "코스피 5000이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정작 코스피는 지난 2021년 7월 3305.31을 찍고 우하향 추세를 그리면서 2000대 후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 원인은 한국 증시의 '허약체질'에 있다. 남들 오를 땐 못 오르고, 작은 잡음에도 쉽게 요동치는 것은 우리 증시의 고질병이다. 투자자들은 쉽사리 장기투자를 시도하지 못하고 변동성에 기댄 소위 '단타'에 익숙해진 양상이다.

정치권에서 오천피를 숱하게 외쳐온 것과 달리 증권가에서는 단순히 정부의 자본시장 정책만으로는 오천피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불어넣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나 세제혜택 개정 등을 이뤄낸다 하더라도 코스피는 올라봤자 삼천피, 최대 3500선까지 상승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그 이후는 결국 국내 증시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 산업들의 성장이 뒷받침돼야 꿈에 그리던 오천피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산업 성장→기업의 이익 성장→주가 상승→지수 상승이라는 메커니즘이다.
이때 정부의 산업별 규제완화 정책 등이 병행된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오천피 달성 공약이 다시금 헛바퀴 돌지 않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자본시장과 산업 분야 활성화 투트랙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 정부에서는 코스피가 기존 최고가를 넘어서기를 바라본다.

nodela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