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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해 10월, 무슨 일이 있었길래"…아이폰 달력서 사라진 '열흘'

1582년 율리우스력에서 그레고리력으로 바꾸며 누적된 10일 반영
네티즌들 "4일 자고 일어나니 15일, 가장 긴 잠""집세랑 생일 어떻게"

"그해 10월, 무슨 일이 있었길래"…아이폰 달력서 사라진 '열흘'
/사진=데일리메일, X

[파이낸셜뉴스] 애플의 달력 애플리케이션에서 '열흘'이 통째로 사라진 사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뒤늦게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만 사라진 열흘은 올해가 아니라 1582년 10월이다.

최근 X(옛 트위터) 이용자인 A씨는 아이폰의 달력으로1582년을 살펴보던 중 10월 4일에서 10월 15일로 넘어간다는 걸 발견했다. 깜짝 놀란 A씨는 이를 캡처해 SNS에 올리면서 "1582년 10월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라는 글을 남겼다.

이후 이 게시물은 45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윤년이었다""우리의 시간은 가짜라는 건가"라는 혼란과 함께 "1582년까지 스크롤 할 만큼 시간이 많나 보다""그렇게 먼 과거로 갈 이유가 있었나"라며 1582년 달력을 본 A씨에게 시비를 거는 댓글도 있었다.

지난 19일(현지시간) 영국 데일리메일도 '아이폰 달력에서 10일이 사라진 걸 발견한 SNS 사용자들이 당황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A씨의 소식을 보도했다.

사라진 날짜는 1582년 10월 5일부터 10월 14일까지 열흘이다. 실제 아이폰 달력에서 해당 연도로 가면 10일이 사라진 것이 확인된다.

단순 기술 오류인 듯 보이지만 이유 있는 누락이었다는 게 데일리메일의 설명이다. 1582년 '그레고리력'(현재의 양력)이 도입되면서 아이폰 달력이 날짜가 바뀐 부분을 그대로 반영했다.

날짜가 누락된 데는 기원전 45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집트 천문학자들의 영향을 받아 기존 음력 달력 대신 태양력(양력) 체계로 바꾼 '율리우스력'을 적용하기 시작한 데서 비롯했다.

율리우스력은 1년을 365.25일로 계산해 실제 태양년(365.2422일)보다 약 0.0078일(11분14초) 길어 오차가 발생했다. 오차가 누적되면서 128년마다 하루씩 날짜가 밀렸고 수 세기가 지나면서 계절과 달력 차이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부활절 날짜를 정확히 계산하는 게 어려워지자, 1582년 교황 그레고리오 13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레고리력을 도입했다.

율리우스력으로 인해 누적된 오차는 10일이었고 그레고리력을 도입하는 과정에서 1582년 10월 4일 다음 날을 10월 15일로 지정해 누적된 오차를 해결했다.

달력의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폰이 500여년 전 달력 개혁을 반영한 데 기분 좋은 반응을 보였다.

"4일에 잠을 잤더니 15일에 깨는 걸 상상해 보라. 집세도 내야 하고 자기 생일도 놓쳤으니, 완전 혼돈"이라거나 "아직도 그날이 기억난다. 10월 4일에 잤는데 다음 날 아침이 벌써 10월 15일이다.
제 인생에서 가장 잘 잤던 날" 등 센스 있는 댓글을 달기도 했다.

현재 그레고리력이 도입된 뒤 율리우스력은 공식 달력에서 퇴출됐다. 일부 동유럽 국가와 교회에서만 현재까지 종교력으로 사용되고 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