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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대화 미끼'로 주한미군 감축?..대선 코앞 각 후보들 '촉각'

트럼프 행정부 '한국 패싱' 우려감 고조
국방부 "한미간의 미군감축 논의 없었다"

'북미 대화 미끼'로 주한미군 감축?..대선 코앞 각 후보들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9년 6월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내한은 문재인 전 대통령 초청으로 이뤄졌다. 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정부와 상의 없이 주한미군 4500명 감축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23일 외신을 통해 전해지면서 그 배경을 두고 의견이 분분하다. 6·3 대선을 불과 11일 앞두고 나온 구체적인 주한미군 감축 논의로 인해 23일 2차 TV토론을 준비중인 각 당의 대선 후보들도 외교라인을 곤두세우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미 국방부가 주한미군 2만8500명 가운데 16%에 해당하는 4500명의 병력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선 트럼프 행정부가 '북미 대화'와 함께 핵동결을 이끌기 위해 일부러 언론을 통해 흘린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남한 정부에는 방위비 분담금 및 관세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면서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다. 어느 하나만이라도 성과를 내면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선 아쉬울 것이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인 한국을 배제하고 북핵 동결 협상에 실제로 직접 뛰어들 수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에도 동맹국인 이스라엘과 사전 논의 없이 '중동의 북한'으로 불렸던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전격 해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수도 있는 셈이다.

우리 정부는 한미 동맹이 굳건하다고 대외적으로 최근까지 밝혀왔지만 주한미군 감축에 대한 논의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국방부는 이날 "한미간에 주한미군 감축 논의를 협의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재임 시절에도 주한미군 감축 또는 철수 방안을 참모들과 논의한 바 있다. 당시에도 방위비 분담 협상이나 대북 협상에서 미국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카드로 거론됐다. 주한미군 감축 방안은 내부 검토 단계였고, 당시에는 참모진의 반대 등으로 실제 실행되지는 않았다.

문재인 정부의 외교력도 성과를 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9년 6월 문 전 대통령의 공식 초청으로 내한해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를 직접 방문하기도 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6월 30일 판문점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만나 군사분계선을 넘어 북한 땅을 밟았고, 남측 자유의 집에서 약 53분간 김정은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문 전 대통령도 동행해 남북미 3자 회동이 이뤄졌다
하지만 북미 회담 중단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 북한은 러시아와 혈맹 군사동맹을 맺었다. 러시아 파병 이후 러시아 군사기술을 도입해 핵무기와 전략무기 고도화에 성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직후부터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고 직접 지칭하며,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여러 경험치를 얻은 트럼프 정부 2기에선 시리아 사례처럼 대북에도 적용할 가능성이 커졌다. 그 효과는 아직 불분명하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 4500명을 괌 또는 인도태평양지역 배치를 명시한 것은 감축 가능성 염두한 것"이라면서도 "북미대화 분위기 조성용으로서의 효과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중단 추가 가능성도 제기했다.

북한이 한국을 패싱하고 북한과 직거래에 나선다면 한국은 한반도 주도권을 잃을 뿐 아니라 핵 안보 차원에서 심대한 도전에 직면할 것이라는 대북전문가들의 우려도 있다.

대선 주자들은 북미 협상에 대해 의견이 제 각각이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주한미군 철수에 명확히 반대다. 또한 김 후보는 북한 핵 위협이 가중될 경우, 한미 간 협의를 통해 전술핵 재배치 또는 나토(NATO)식 핵 공유를 검토하겠다고 밝혀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도 주한미군 감축·철수에 반대하는 입장이며, 미국의 일방적 감축 움직임에 대해 외교적·정치적 대응 필요성을 언급해왔다.

다만 남북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3명의 후보의 입장은 확연히 갈린다. 이재명 후보는 꼬여버린 대북 정책을 두고 9·19 군사합의 복원, 전시작전권 환수, 이산가족 상봉 등 교류·협력 공약을 제시중이다.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 남북 긴장 완화, 단계적 비핵화 대화론을 중시하고 있다.
이준석 후보는 취임 직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조건 없는 만남을 제시했다. 반면 김문수 후보는 강경 대북정책을 우선시 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대화·교류 기조에 비판적이며, 윤석열 정부의 강경 기조를 사실상 이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rainman@fnnews.com 김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