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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는 중동의 정세변화..긴장 고조되는 한반도, 우리의 선택은 [밀리터리 월드]

 -美 파워 약화됐던 중동서 일단 성과, 이란 핵문제는 중동에 짙은 전운…明暗 교차  
 -25년 만에 시리아 대통령 만나 제재 풀어‥시리아 시민 환호, 중동 친미화 행보  
 -트럼프, 협상 시한 '2개월' 못박은 이란과의 핵협상에… 이스라엘은 고립·갈등감
 -美 항모와 B-2, 한반도 페트리엇 미사일까지 차출…이란 겨냥 핵협상 압박 집중  
 -北 핵에 재래식 전력 강화…국지 도발 가능성 커, 韓 전략적 유연성 선제 제안 필요

[파이낸셜뉴스]
요동치는 중동의 정세변화..긴장 고조되는 한반도, 우리의 선택은 [밀리터리 월드]
북한 미그-29 전투기가 지난 15일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실사격하고 있다. 공대공미사일은 한국도 국산화하지 못한 무기체계다. 조선중앙통신 캡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단 나흘 동안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UAE 등 걸프 3개국을 순방하면서 3조2000억달러(약 4462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약속을 받아냈다.

해당 금액은 2023년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1조7128억달러(OECD 기준)의 거의 2년 치에 이른다. 트럼프는 백악관 계정에 올린 글에서 향후 중동 국가들과 10조달러 이상의 거래가 성사될 것이라고 기염을 토했다.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 성과

트럼프는 국제 관계에서도 '거래 우선'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비즈니스맨 출신의 정치가로서의 면모를 증명해 보인 셈이다.

25일 군과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의 이번 중동 순방 중 가장 중요한 정치적 함의를 가지는 사건은 사우디를 방문하면서 사우디 국왕의 초청으로 미 대통령으로는 25년 만에 시리아 대통령을 만난 것이다.

시리아의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은 과거 알카에다 테러리스트의 핵심적인 인물로 지난 3월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 축출 직후, 오는 2030년까지 시리아를 이끄는 임시 대통령으로 임명됐다.

트럼프는 그를 아랍 국가와 이스라엘 간 평화 협력의 상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아브라함 협정(Abraham Accords)에 동참하게 함으로써 일단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안정적인 지위를 더욱 확실하게 만드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다.

트럼프는 시리아 대통령에게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외국의 테러리스트들을 추방 △미국이 이라크·시리아 이슬람국가(ISIS) 폭도들과 싸우는 것을 지원 △ISIS 격리 시설 장악 등을 요구했다.

그러면서 그 대가로 시리아에 대한 미국의 제재를 풀어 줄 것을 약속했다. 시리아 시민들은 길거리로 뛰어나와 제재 해제에 대한 기쁨을 표현했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사우디와 1420억 달러 규모의 무기 판매 계약과 카타르에 보잉사의 여객기 160대 판매 계획도 성사시켰다. UAE와는 2000억 달러에 이르는 인공지능(AI) 개발에 합의했다.

이 같은 성과는 중국과 러시아에 어깨를 걸치고 있던 중동을 일거에 친미화시키고, 이스라엘과 중동 국가 간의 잠재적 충돌을 차단하는 기반을 다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 핵문제로 다시 중동에 짙은 전운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행보는 이스라엘과 미묘한 갈등을 낳고 있다.

미국은 중동 최대 동맹국 이스라엘과 아랍의 화해를 말하지만, 미국과 이란과의 핵 개발 협상은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고 있다는 관측이다.

그 주된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협상 시한을 '2개월'로 못 박은 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2024년 두 차례 직접 분쟁을 벌였고, 지난해 10월 공격으로 이란의 방공망이 무너졌다고 보고 있다.

이스라엘은 이란의 방공망 복구에 6개월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이란 핵 개발 능력이 되살아나기 전 '공백기'인 지금이 이란 핵시설 공격에 다시 없을 절호의 기회라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 측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제안을 일축함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는 해당기간 미국의 무조건적 지원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고, 고립감과 갈등이 파생됐다는 진단이다.

하지만 미국도 이란을 겨냥해 많은 군사력을 이란 부근에 산재한 크고 작은 중동기지들에 집결시키고 있다. 카타르의 알우데이드 공군 기지와 바레인에 있는 미 해군 5함대 사령부, 중동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군사력을 집중하는 등 강력한 대(對)이란 압박을 가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두 개의 항공모함 전단을 상시 배치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이 보유한 B-2 스텔스 전략폭격기의 거의 절반에 가까운 전력과 공중 급유기도 대거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은 또 이란의 미사일을 방어할 수 있는 사드와 페트리엇 등 대공 요격 체계들도 결집시켰다. 이 과정에서 한국에 있는 사드의 예비 탄약 일부도 중동으로 갔고 또 한국에 있는 방공포대 일부도 중동으로 반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마디로 이란이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는다면 이스라엘과 합동으로 이란 핵시설들을 초토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란은 현재 사실상 핵보유국이 되는 문턱까지 와 있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북한과 같이 제지하기 어렵다. 이런 위기의식 속에 이스라엘과 미국이 지금 나서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 군사문제 연구원 김태우 박사는 "이스라엘로서는 이란 전역 여러 곳의 지하 깊숙한 농축 시설을 완전히 파괴할 수 있는 '벙커버스터'를 보유한 미군의 지원과 협력이 필수적인 만큼 일단 2개월 간의 협상 시한을 지켜보며 예의주시하는 형국"이라고 짚었다.

이어 "이스라엘은 협상이 결렬되거나 합의 내용이 미흡할 경우, 이란의 핵무장 능력 복원 전에 군사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러 지원받는 北, 절대 열세 분야 현대화 박차

북한도 최근 핵과 미사일 고도화에 더해 러시아와 밀착 강화로 우리 군이 절대 우위라고 평가하던 재래식 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따라서 한반도에 국지전 도발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국내외 안보전문가들의 주된 견해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2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WSJ은 소식통을 인용해 "미 국방부가 개발 중인 선택지는 약 4500명의 병력을 철수해 괌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라며 "이러한 아이디어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거래에 대한 비공식 정책 검토의 일환으로 고려할 수 있도록 준비되고 있다"고 전했다.

국방·외교·안보 전문가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MAGA 정책과 신냉전의 대외적 환경을 고려하면 더 이상 전략적 유연성 문제를 금기시할 수 없는 상황을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반길주 국립외교원 교수는 "전략적 유연성이 한국이 전혀 관여하지 못한 채 미국의 의도대로 흘러가지 않도록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이 ‘전략적 유연성 2.0’을 설계해 미국에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방식이 대미 레버리지를 높여 한반도 안보와 지역 안정성에 더 나은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요동치는 중동의 정세변화..긴장 고조되는 한반도, 우리의 선택은 [밀리터리 월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3월 25~26일 새로 개발·생산하고 있는 무인항공기술연합체와 탐지전자전연구집단의 국방과학연구사업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로 보이는 비행기. 조선중앙통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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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제1공군사단 관하 비행연대를 시찰하면서 공개한 첨단능동레이더공대공미사일(AAM)이 김정은 오른팔 옆에 설치돼 있다. 그러나 뒷면의 미그-29 오른쪽 날개 아래에 장착된 이 미사일 모습은 포토샵으로 엉성하게 붙인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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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연합 해상훈련에 참가한 한미 해군 함정들이 지난 2022년 9월 29일 동해상에서 기동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은 미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함(CVN) 항해 모습. 해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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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종사 2명이 탑승하는 B-2는 날개 길이 52.4m, 기체 길이 21m에 최대 이륙 중량 17만600㎏, 최대속도 마하 0.95, 무장 탑재량 18t으로 500파운드급(250여㎏)의 JDAM은 80여 발을 투하할 수 있다. 핵 탑재도 가능하며 B61·B83 핵폭탄 16발과 공중발사 순항미사일 등을 실을 수 있다. 미공군 홈페이지 캡처
요동치는 중동의 정세변화..긴장 고조되는 한반도, 우리의 선택은 [밀리터리 월드]
지난 2022년 12월 28일 서울 공군 제3미사일방어여단 8787부대에 패트리엇 미사일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요동치는 중동의 정세변화..긴장 고조되는 한반도, 우리의 선택은 [밀리터리 월드]
지난 2023년 3월 24일 경북 성주에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지난 2017년 배치된 이래 처음으로 기지 밖에서 발사대 전개훈련이 진행됐다. 주한미군은 전반기 '자유의 방패'(프리덤실드·FS) 한미연합연습과 연계해 사드 원격발사대 전개 훈련을 첫 시행했다고 한미가 밝혔다. 미 국방시각정보배포 시스템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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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이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과 함께 지난 14일(현지 시간) 도하의 루사일 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AP·뉴시스
요동치는 중동의 정세변화..긴장 고조되는 한반도, 우리의 선택은 [밀리터리 월드]
미국 정부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중동 순방에 앞서 아랍에미리트(UAE)에 14억 달러 규모 무기 판매를 승인했다고 AFP통신이 지난 5월 12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트럼프 당시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1월 7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UAE의 대미 투자를 발표하고 있다. AP·뉴시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