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울산 망신시키는 죽순 도둑 어쩌나.. 애꿎은 현수막만 논란

"시민의식 후진성만 드러내" vs "계몽 위해선 더 필요"
국가정원 20곳 '죽순 채취 금지' 현수막 찬반 엇갈려
자연주의 정원 내 고가의 화초도 절도 대상
20년째 죽순 지킴이 봉사단 운영.. 24시간 감시는 무리
한때 외국인들이 오해받아.. 파악된 건 모두 내국인

울산 망신시키는 죽순 도둑 어쩌나.. 애꿎은 현수막만 논란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 내걸린 죽순 무단채취 금지 현수막. 울산시가 죽순 절도를 차단하기 위해 해마다 5월이 시작되면 국가정원 곳곳에 현수막을 부착하고 민간인 죽순 보호 순찰대까지 운영하고 있지만 죽순 절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사진=최수상 기자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봄꽃이 한창인 울산 태화강 국가정원에서 죽순 절도를 경고하는 현수막도 외지인 방문객들의 눈길을 끄는 것 중 하나다. 울산시는 지난 4월 말 십리대숲과 산책로 곳곳에 20개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국가정원 운영 및 관리 조례에 근거해 죽순 무단채취 금지와 아울러 적발 시 변상조치하겠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이 현수막이 구설에 올랐다.

울산시민들의 후진성을 드러내 스스로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며 즉시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과 죽순을 제대로 보호하고 자연환경보호 의식을 고취시키기 위한 시민 계몽 수단으로 더욱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남구 삼호동에 거주하는 이모씨(65)는 "이곳은 예전에 농경지이고 마을 사람들이 죽순을 캐먹곤 했지만 지금은 거의 없다"라며 "시민의식도 많이 바뀌었는데 매년 이렇게 현수막을 내걸면 외지 방문객들이 울산사람들의 수준을 어떻게 생각하겠냐, 망신이다"라고 말했다.

반면 중구 태화동 또 다른 이모씨(48)는 "죽순 도둑뿐만 아니라 자연주의 정원에서 비싼 화초까지 훔쳐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울산시가 매년 경고 현수막을 설치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비록 개인의 욕심 때문이지만 공공질서를 지길 수 있도록 현수막과 안내를 통해 계몽하는 것도 울산시가 해야 하는 역할이다"라고 덧붙였다.

울산 망신시키는 죽순 도둑 어쩌나.. 애꿎은 현수막만 논란
태화강 국가정원 관리원들이 자연주의 정원 내 튤립 도난 사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울산시 제공

울산 망신시키는 죽순 도둑 어쩌나.. 애꿎은 현수막만 논란
태화강 국가정원 십리대숲 죽순. 울산시 제공

울산시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 죽순 15개가 잘려 나간데 이어 세계적인 정원 작가인 피트 아우돌프가 디자인한 '자연주의 정원'에서 고가의 에린기움(Eryngium) 6점이 뿌리째 도난당했다. 또 한창 피어나던 튤립 100송이가량이 훼손됐다.

울산시는 죽순과 화초 절도를 방지하기 위해 올해 CCTV를 추가 설치하고 9개 조로 구성된 '죽순 지킴이 봉사단'을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로 구성된 봉사단은 지난 2006년부터 20년째 운영되고 있다. 죽순 절도도 20년 넘게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시 관계자는 "이른 새벽에 운동하러 나왔다가 죽순뿐만 아니라 예쁜 꽃도 그냥 가져가시는 경우가 있는데 주로 나이 드신 어르신들이 많았다"라며 "일반 시민들로 구성된 감시단이 심야와 새벽까지 순찰할 수 없어 한계가 있다"라고 말했다.

죽순 절도가 계속되자 한때는 죽순을 식용한다는 이유로 일본, 중국, 또 동남아시아 국가 이주노동자 등 울산 거주 외국인들이 괜한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CCTV 영상 등을 통해 지금까지 확인된 죽순과 화초 절도 용의자는 모두 내국인으로 파악되었다.

한편, 죽순이 가장 많이 올라오는 시기는 5월부터 장마 기간을 거쳐 불볕더위가 시작되는 7월 말까지 약 3개월 동안이다. 울산지역에서는 태화강을 따라 국가정원 십리대숲과 삼호대숲, 선바위 일원까지 약 11.5km 길이의 대숲이 이어져 있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