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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 모든 가능성 대비로 안보에 빈틈 없어야

[사설] 주한미군 4500명 감축설, 모든 가능성 대비로 안보에 빈틈 없어야
지난 2019년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기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 공군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주한미군 수천 명을 한국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2일(현지시간) 당국자들을 인용해 미국 국방부가 한국에 주둔한 미군 2만8500명 가운데 약 4500명을 미국 영토인 괌을 비롯해 인도태평양 내 다른 지역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 감축이 현실화되면 한반도 안보에 미칠 파장이 상당하다. 우리 국방부는 "한미 간 논의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정부 들어 대중국 압박과 중국의 대만 침공 위협 고조가 맞물려 주한미군 감축과 역할 재조정 논의가 활발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4500명'이라는 구체적 숫자까지 거론된 것을 보면 논의가 상당히 진전된 것일 수 있다. 전체 주한미군의 16% 정도인데, 매년 순환 배치되는 주한미군 여단급 부대로 적지 않은 규모다.

주한미군 감축을 포함한 인태지역 작전은 트럼프 정부가 작성 중인 국방전략(NDS)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3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본토 방어와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를 최우선하는 임시 전략지침을 내놓았는데, 이 때 주한미군 역할 조정과 감축론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주한미군을 대만 해협 봉쇄와 중국 군사력 억제에 투입하고, 북한의 재래식 위협은 한국군이 방어한다는 역할 재조정을 지지한 엘브리지 콜비 미국 국방부 정책차관이 NDS 작성을 이끌고 있기도 하다.

이 문제는 트럼프 정부가 한국에 압박하는 '통상·안보 패키지 딜'과도 연관돼 있다. 미군 감축에 민감한 한국을 상대할 카드로 쓸 수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머니 머신(부유한 나라를 의미) 한국이 미군 주둔(방위비)에 대해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주한미군 문제는 한반도 주변 정세가 어느 때보다 엄중하다는 사실과 함께 생각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 군사혈맹을 확인한 북한과 러시아의 밀착 행보, 북한의 무기 증강과 미사일 도발 등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시점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시 전선을 분산하기 위한 북한의 도발, 러시아 참전 등의 가능성도 없지 않다.

한국이 중국과 최근접한 지리적 이점을 갖는 '불침항모'로서, 주한미군의 중요성을 미국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중국의 대만 침공 억제와 주한미군 감축은 상호 모순적이며 전략적 충돌이어서 미국 내 반론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트럼프 1기 정부 때도 주한미군 감축이 논의됐으나 참모들이 반대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한반도 안보와 직결된 미군 감축 문제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주한미군 감축이 현실화 된다면 병력뿐 아니라 상응하는 핵심 무기·전력 등도 감축될 것이고 대북 억제력, 대중 견제를 약화시킬 것이다. 한미동맹 약화로 오판한 북한의 도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국방수권법(NDAA)상 '주한미군 2만8500명 체계'에 강제성이 없어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에 달렸다지만, 동맹국 의사와 달리 일방적으로 추진할 경우 역풍이 클 것이다.

한미 연합 방어태세에 작은 구멍이라도 생겨서는 안 된다.
한미간 '전략적 유연성'에 따른 주한미군 역할 조정도 탄탄한 안보협력 체계 하에서 진행돼야 한다. 차기 정부가 트럼프 정부와 관세, 방위비 분담금과 미군 철수 등의 안보 사안을 놓고 정상간 협의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 한미 안보동맹 강화라는 불변 원칙하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치밀한 대응 전략을 짜야할 것이다.